#2018년 12월 18일 출발, 27일 아침 도착.
8박 9일 파리 자유여행을 했습니다.
‘보다’는 심플한 표현일 뿐, 여러모로 확장, 해석할 수 있다. 만났다, 느꼈다, 들었다, 먹었다, 걸었다 등등.
어렸을 때 가보고 싶은 나라를 수첩에 적어보곤 했는데 파리, 모스크바, 뉴욕 순이었던 것 같다. 파리, 모스크바, 프라하였을 수도 있다. 파리가 1순위였다. 몽마르뜨 언덕과 퐁네프, 개선문, 노트르담 성당을 둘러싼 이야기에 매료됐었다.
20대 후반에 처음 해외여행이란 걸 했지만 일본과 인도였고 이후 아시아는 종종 갔으나(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라오스, 중국...) 어릴 때 꿈꿨던 나라들은 못 갔다. 그러니까 올해, 만으로 마흔둘이 돼서야 꿈을 이룬 셈이다.
여행을 낭만적이거나 환상적인 일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다른 나라에 가면 한국에서의 ‘나’가 더 또렷이 떠올랐다. 잠깐의 일탈로(?) 대리만족하거나 일상 탈출로 기분전환하기보다 ‘지금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욕망이 강했다. 그러니까 한국인으로서, 시시하게 일생을 보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 타국에서 즐거우려면 자국에서의 삶도 즐거워야 한다. 모든 고민을 떼어놓고 비행기에 탑승하기는 어려웠다. 떼어지지 않는 걱정거리는 언제나 어깨 위에 붙어 있었다. 환경이나 상황이 달라지면 조금은 기분이 좋아질 수 있겠지. 하지만 잠깐이고, 그렇게 나를 마비시키고 싶지 않았다. 돈 버는 일이 인생의 최종 목표가 아니었기에 ‘돈 모아서 또 여행와야겠다’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어서 빨리 이뤄야겠다’는 다짐과 욕심이 먼저였다. 그게 안 돼서 도피하고 싶은 마음에 오래 여행을 품고 살았다.
스물아홉, 인도에 갔을 때의 해방감을 기억하고 있고, 인도에서의 ‘나’와 귀국 후 ‘달라진 나’도 역시 잊지 못한다. 마흔, 엄마와 함께 떠났던 그해 겨울의 인도방문 이후 여행을 대하는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 ‘한국에서의 달라진 삶’ 때문이겠지. 나는 여행이 그 자체로 마냥 즐겁고 행복하지 않다. 그러고보면 나는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_-;;
예정된 일정이 끝나고 돌아갈 때가 되면 일행들은 ‘가기 싫다’ ‘아쉽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나는 언제나 ‘그 다음’을 생각했다. 일도 싫고 한국도 싫고 집도 싫으면, 여행만 좇으면, 그럼 내 삶은 어떻게 되는 거지? 무서워서 금세 여행을 잊었다. 이만하면 된다, 지금이면 된다, 가자, 가서 또 열심히 살고 기회가 되면 다시 오자, 그랬다.
8박9일 파리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에어프랑스 안이다. 올 때는 기내 대기 시간 포함 13시간 남짓 앉아 있었던 것 같다. 갈 때는 10시간 반이라고 했는데 아직 도착 전이라 잘 모르겠다. 레드와인을 먹고 밥을 먹고 잠깐 존 뒤에 영화 한 편 보고 이 글을 쓴다.(한국영화 <레슬링> 봤는데 슬쩍 웃고 찔끔 울었다) 지금에서야 여행을 정리한다. 여행 내내 나는 굉장히 상투적인 인간이었고, 여행자로서 어쩔 수 없다고 여기면서도 그런 내가 참 못마땅했다. 그런 거지, 당연하지, 그럴 수밖에 없지, 그 당위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다가와 마음이 무거웠다.
ibis 호텔 5층에서 바라본 파리 시내(오후 10시경)
#이를테면 여행자의 이런 상투성
0. 유명 관광지에 간다
파리하면 루브르 박물관이지, 오르세 미술관이지, 퐁네프지, 노트르담 대성당과 개선문, 에펠탑이지... 거긴 꼭 가야지. 그건 꼭 봐야지.
모나리자부터 봐야지. 밀러의 비너스도 무조건 봐야지. 사진도 찍어야지. 기념품도 사야지. 모나리자를 사고 에펠탑을 사고... 남들과 같아지기 위해 기를 쓴다.
다른 선택지를 택하는 것은 미쳤거나 삐딱하거나 둘 중 하나인데 여행자는 기본적으로 상투성을 전제하고 움직이기 마련이라 굳이 반항을 실행할 이유가 없다. 가기 전에 론리 플래닛 <파리> 편을 샀고 거기 나온 ‘여기는 꼭 가자! 이곳은 놓치지 말자!’를 유심히 봤고, 기대를 품고 직접 방문했다. 친구는 <파리 걷기여행>이라는 책을 가져왔고 코스대로 착착 돌았다. 나는 그를 따라다녔다. 이 얼마나 상투적인가. 이 얼마나 안정적인가.
노트르담 대성당
오르세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
오랑주리 미술관
개선문(꼭대기에도 올라갔었다)
몽생미셸(수도원-파리에서 편도 3시간 남짓)
페르 라셰즈 공동묘지
몽마르뜨 언덕
에펠탑
샹젤리제 거리
베르사이유 궁전
뤽상부르 공원
0. 꼭 맛봐야 할 음식(간식)을 먹어본다
마카롱. 와인. 크로와상과 바게트를 비롯한 각종 빵. 커피. 피자와 파스타. 양파 스프. 홍합과 굴, 달팽이 요리...
음식에는 욕심을 많이 내지 않아서(눈앞에 있으면 엄청 잘 먹습니다만) 뭐가 또 유명한지는 잘 모르겠다... (굴과 달팽이 요리는 못 먹었습니다...)
마카롱은 ‘마뒤레’가 유서깊은 상점이라는데 과연 놀라운 맛이었다.(기본 사이즈 1개 2700원) 빵은 호텔 조식이든, 휴게소 제품이든, 기내식에 곁들여 나온 것이든 다 맛있었고 책에 소개된 가게에서 산 빵은 더없이 훌륭했다. 쫀득하고 담백하고 고소하고 부드럽고... 한국에서는 빵 먹으면 속 더부룩하고 느끼하고 소화 안 되고 살찌는 느낌이었는데 파리에서는 별로 그런 거 못 느꼈다.(한국에서는 빵 먹고 또 밥 먹어서 그럴지도...)
0. 애주가의 술 마시기
여행자의 상투성에는 음주도 포함되지 않을까? 오전이든 오후든 밤이든 아무때나 술 마실 수 있는 권리 장전! 언제 어디서 마셔도(그 나라의 문화와 인간적, 사회적 예의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이 없으니...애주가라면 낯설고 새롭고 아름다운 지역에서 술마시는 행위가 다른 무엇에 비할 바 없이 신나는 일이기도 할 테다.
하지만 일행이 술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런 기쁨을 누릴 기회를 박탈당한다.(박탈이라는 단어가 오버일 수도 있지만ㅋㅋ) 술을 마셔도 만족도가 낮고 볼 필요도 없는 눈치를 보게 된다.
혼술은 어떤 공간에 오롯이 혼자 있을 때 그 의미가 사는 법. 술에 1도 관심 없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누구나 마음이 편하지 않기 마련 아닐까. 게다가 “너는 어디 갈 때마다 술을 들고 다닐 정도로 술이 좋아?”라는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_-;; 술은 술이기 때문에 좋다고 대답했다. 2초 후, 조금 성의 없었나? 싶어서 “나 알코올중독이잖아”도 덧붙였다.(중독 아니고 의존증입니다)
아무튼 나는 굉장히 예민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방귀도 길에서 뀐다.(?) 호텔 객실이 매우 좁기 때문에 화장실에서 나는 소리가 밖으로 다 새어나가서 신경이 쓰여서리...ㅎ(우리 숙소 욕실문은 제대로 닫히지도 않았습니다...)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뱅쇼와 첫날 숙소에서 마신 와인
몽마르뜨 언덕 앞, 유서 깊은 '캐서린 카페' 노천에 앉아 홍합탕이랑 화이트와인
#내가 좋아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과 여행하는 법? 잘 모르겠다. 그래서 좀 우울해졌다.
1.각종 술
2.외국의 낯선 음식(에 도전하기)
3.카레
4.쌀국수
5.중국음식
6.사진촬영(이벤트 혹은 콘셉트 사진 찍기 포함)
7.공짜
파리 도착 3일차였나. 원하는 레스토랑에 들어가지 못하고(저녁 타임에 문 닫는 줄 모르고 찾아감) 보이는 데 아무데나 가서 이것저것 시켰다. 맛은 그저그랬다. 그래도 열심히 먹었다. 친구는 먹는 둥 마는 둥했다. 나는 식전주로 마티니를 시켰는데 친구가 생맥주를 조금씩 마시더니 맛없다며 다 마신 내 잔에 따라주었다. 자기 몫은 남기고 따랐나 싶었는데 또 한 모금 입에 머금더니 “맛없어” 하고는 남은 걸 나보고 마시란다. 내가 아무리 술을 좋아하기로서니... 그건 아니지 않나? 처음부터 다 주든가, 먹다 남긴 거 먹으라는 거야 뭐야, 자존심 상해서 안 마셨다.-_-;;;;;
게다가 잠시 후 내가 아직 먹고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나가자고 했다.
“가자.””어딜 가?””호텔에.””왜?””다 먹었으니까 가야지””먹고 있잖아.”미안. 너도 다 먹은 줄 알았어. 난 내 양 다 먹었어.”
먹고 있던 나는 부끄러웠다. 아직 음식이 많이 남아 있었고 나는 그게 너무 아까웠다. 6만원이 나왔다. 이후로 레스토랑에 가기 싫었다. 끼적대다 돈만 버릴까 봐. 입에 맞지 않는다며 일찍 젓가락을 놓을까 봐. 나 혼자 돼지처럼 꾸역꾸역 먹을까 봐.
맛없는 음식은 나도 싫다. 그래도... 같이 맛없다 맛없다 하면서, 그 공간과 시간에서 정서를 공유하면서 나누는 대화나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그날은 특히 서로 딴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딴 마음을 품고 있었거나.
‘이 가게는 맛없을 것 같아. 다른 데 가자’ 솔직히 말하지 못하고 상대를 너무 배려한 탓일까? 다음 날에 간 피자집은 체인점이었고 거기서도 친구는 맥주를 시켜 몇 모금 마시고는 내게 넘겼다. 본의 아니게(?) 내 거 500미리+300미리 더 마시고 개 취했었다... 얼굴 시뻘개지고...
호불호가 강해서 중국음식점에 못 갔고(파리에서 그나마 한국인 입맛에 가장 맞고, 가성비 짱이랬는데) 헤밍웨이의 단골이었다는 쌀국수 집도 못 갔다. 몽마르뜨 앞에서 홍합 요리 먹었는데 내가 더 많이 먹은 듯...(친구가 까줌) 감자튀김은 확실히 내가 다 먹었다ㅋㅋ 친구가 좋아하는 건 빵과 삶은 달걀. 그리고 한국라면. 밤에도 야식으로 끓여 먹는 거 보고 놀랐다.(워낙 말라서 소식하는 줄 알았거든요) 입이 짧은 게 아니라 맛없는 걸 거부하는 성격이었던 거다. 반면에 나는 웬만큼 맛없지 않으면 어느 정도까지는 억지로 먹는 편...(항시 옆에 술이 있어서 안주로 먹어줄 만했던 걸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종이 가면이랑 크리스마스 망토 사갔는데... 나 혼자 유람선 위에서 기념사진 찍고 끝. 챙피한 것보다, 민망한 것보다, 포즈를 취하고 있는 와중에도 ‘진짜 더럽게 재미없다. 나 혼자 왜 이런 짓을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망토 사서 파리까지 들고온 게 억울하기도 하고...(억울할 것도 많다)ㅋㅋ
친구는 사진 찍히는 것, 찍는 것도 싫어한다. 반대로 나는 ‘막 찍는 사진 마니아’다. 틈만 나면 툭툭 눌러댄다. 수시로 친구를 프레임에 넣고 저녁에 숙소에 돌아오면 3-40장씩 카톡으로 보내줬다. 사진 찍히는 걸 좋아하지 않으니 주로 뒷모습. 이번 여행에서 내가 찍은 친구 뒷모습만 모아도 200장은 되지 않을까.(책 한 권 내도 되겠네.ㅋ 농담입니다. 잘 찍은 사진 별로 없어요)
둘이 같이 찍은 사진 10장도 안 되고 심지어 나 좀 찍어달라고 핸드폰 건네면 “난 사진 안 찍는다니까”라고 말해서...나 좀 찍어 달라고요ㅜㅜ(어차피 사진은 포기니까 매일 머리도 질끈 묶고 화장도 제대로 안 하고 나갔습니다... 나를 아는 사람은 꾸미나 안 꾸미나 똑같다고 할지 몰라도, 그래도 그게 아니지 않나요...? 아무튼 그래서 편한 것도 있었어요. 거지꼴로 다니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ㅋㅋ)
친구는 나처럼 호텔 식당에서 당장 먹지 않을 티백을 집어들고 오는 짓은 하지 않는다. 나는 우리가 낸 밥값에 포함된 거라며 매일 한두 개씩 집어왔다...(향 좋은 민트티가 있었거든요.)
첫날과 둘째날에 가면 쓰고 찍은 사진. 이후로는 들고 다니지도 않았다...
센 강을 달리는 유람선 위에서.(12월24일)
“이거 할래?” “이거 살까?”
“그래”
돌아보면 Yes를 동의(agree)로 받아들인 내 잘못이 크다. 친구는 그냥 너가 하고 싶으면 하라는 거였다. 너가 가고 싶으면 가고, 너가 원하면 사고... 본인은 얼마든지 가줄 수 있었다. 하지만 난 아니었다. 친구도 원한 줄 알았다. 상점에 따라 들어온 친구는 멀뚱히 서 있는 경우가 많았다. 나중에는 그러려니 했다. 친구는 쇼핑에 관심이 없고 나는 쇼핑에 지나치게 마음을 의지(?)했다. 파리의 음식과 콘셉트 사진, 화기애애하고 활발한 걷기여행을 가져가지 못한다면 물건이라도 가져가자, 과자라도 사가자, 기념품이라도 싸들고 가자 그런 마음? 대신 친구는 말없이, 구글 지도까지 검색해가며 나의 쇼핑을 서포트했다... 나는 그게 미안했고.
그러나 나는 허락을 구한 게 아니라 공감을 원한 거였다. 함께 하는 기쁨? 함께 뻘짓하는 유치함? 상투적인 여행에서의 촌스러운 일탈? 뭐어, 뭐든.
우리는 종종 침묵을 방패 삼아 스스로를 보호했다. 침묵도 상처라는 걸 알면서 묵인하고 더 큰 상처를(싸움을?) 막았다.
나는 좋은 여행 동반자가 아니다. 이번에 확실히 알았다.(그동안 함께 해준 많은 여행 친구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술 들어가면 좀 나은데(네?) 피곤하면 저혈압이 되면서 말도 표정도 까칠해져요.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했어야 했는데 종종 생략한 말
-먼저 씻어도 돼?
-커피 더 마실래?
-안 힘들어?
-괜찮아?
-이것 좀 써도 돼?
-내가 들까?
-그쪽 길이야?
-배고프지 않아?
공기 틈새로 파고든 침묵이 종종 얼마나 서로를 긴장시켰는지 잘 안다. 상대가 손내밀기 하는 걸 알면서도(날씨 언급하기, 감탄사 내뱉기) 마치 상대가 혼잣말했다는 듯 못 들은 척...
여행자는 안전이 최우선이다. 사전준비를 철저히 하고 분위기 파악 안 되면 무리해서 행동하지 말고 튀는 짓 하지 말고. 즉 상투성에서 벗어나는 일은 피해야 한다.
떠나기 전, 사람들은 내게 지하철이 위험하다고 했고 크리스마스 시즌을 노리는 소매치기를 조심하라고 했고 경찰 사칭해서 말 거는 사기꾼에게 말려들지 말라고 했고 노점 상인들의 눈을 피하라고 했다. 여권은 복대에 넣고 다니라고 했고, 가방은 앞으로 메라고 했고, 해지고 나서 돌아다니지 말라고 했다. 그만큼 조심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나쁜 경험, 나쁜 인상을 받은 적은 없다. 불친절한 지하철 직원이 있었지만 친절한 사람이 훨씬 많았고, 아시아인을 특별히 무시한다는 눈초리도 보지 못했다. 영어 못 하는 나 같은 사람이 답답해서 조금 표정이 굳었을 수는 있지만 그건 내가 동양인이어서가 아니라 그냥 영어 못하는 답답이였기 때문에....(응?)
#파리의 지하철
파리 지하철이 더럽고 냄새 나기로 악명 높으니 어쩌니 했지만 너무 멋대로 상상했나? 생각보다 깨끗하던데? 휴지통 진짜 많던데?
‘나비고 카드’라는 게 있다. 카드값 5유로에 23유로를 충전하면 일주일간(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버스, 기차, 지하철을 무제한 탈 수 있다. 우리도 어찌어찌 구입했는데 탈 것으로 움직이지 않고 주로 걸어다녀서 본전도 못 뽑았다. 아니 오히려 손해본 것 같다. 나비고 카드 구입 또한 여행자의 상투성에서 비롯된 거였을 거다. 그래서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우리도 사자’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샀던 것 중에는 파리 뮤지엄패스도 있는데 4일권 사서 3일 썼지만 그렇게 많은 곳을 돌아다닌 건 아니어서 이것도 간신히 본전 뽑은 것 같다. 그래도 패스 있어서 현장구매 시간 절약할 수 있었고, 개선문 꼭대기에도 올라갈 수 있었다.
한국에서 미리 구입해 간 것 중에는 바토무슈 유람선 e티켓도 있는데 이것도 구매해가길 잘했다. 현장에서 사는 것보다 저렴한 듯했다.
파리 오기 전에는 ‘유럽? 프랑스? 무서워.. 말도 안 통하는데 잘 다닐 수 있을까’ 그랬는데 막상 와보니 친구 말대로 여기도 사람 사는 동네다. ㅋ
아무튼 여행자가 지하철, 버스 이용해서 여기저기 다니기 정말 편한 도시 같다. 역과 역 사이 구간도 짧고 차도 자주 온다. 출근 시간 빼면 사람도 많지 않다. 사람들 수시로 타고 내리는데 사람 구경도 재미있다. 참. 우버도 있지. 공항에서 호텔 오갈 때 탔는데 진짜 편했다. 공항-도심 구간은 우버 타세요.
#아날로그 파리
내가 실제로 본 파리는 영화나 미디어에서 본 파리와 흡사했다. 가이드북 개정판이 나오지 않는 게 많이 안 팔려서가 아니라 그만큼 파리가 변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한다고 확신할 정도다.
파리에는 아날로그한 사물, 모습, 행위(?)들이 아직 많은데 지하철과 버스 뒷문을 승객이 연다거나(버튼을 누르거나 레버를 위로 올리거나) 신용카드보다 현금 사용하는 시민이 많은 것 같다.
유명하다는 빵집을 찾아갔는데 집게가 보이지 않았다. 손짓으로 물으니 직원이 ‘뭘 살지 말하면 빵은 내가 집어’ 그러더니 맨손으로 집어서 무게 달고 하나하나 종이 포장해 주더라ㅋㅋ
카페나 길에서 대놓고 담배 피우는 사람들 천지고 가랑비에는 우산 없이 비를 맞는다. 어딜 가나 달리기하는 사람은 왜 그렇게 많은지. 개 끌고 산책하는 사람도 진짜 자주 봤다. 몽마르뜨, 뤽상부르, 베르사유에서도...
센 강변을 따라 늘어서있는 고서점
박물관, 미술관에서 그림 그리는 사람 자주 봤다
소르본 대학교 근처 도서관 앞
판테온 정문 앞 도로
#파리의 도시계획
New,high,different,upgrade,fast가 아닌 history,heritage,connection,flow,keep,stay가 담긴 균형과 발전. 파리 곳곳에는 한국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시대 초월의 beautiful이 있습니다.
돈보다 스타일, 개성, 자유, 미, 낭만...의 우선.
#
신호등 신호 잘 안 지켜요. 차 오는지 잘 보고 파리지앵 따라서 건너면 됩니다. 보행자만 그런 게 아니라 운전자도 신호 안 지키는 경우가 있으니 진짜 이쪽저쪽 잘 보고 다녀야 합니다.
아래를 가리키는 화살표는 아래로 내려가라는 게 아니라 직진이나 위로 가라는 걸 뜻합니다. 왜 위쪽 화살표를 안 쓰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거 모르면 지하철 갈아타기 힘들어요.
몽셀미쉘 투어는 수도원보다 젤 처음 간 에트르타가 좋았고,
화려하고 웅장한 베르사유보다는 푸르고 넓은 뤽상부르 공원이,
노트르담 대성당보다는 생제르맹 데 프레 성당에 머물렀던 시간이 좋았습니다.
루브르보다는 오르세가 훨씬 인상적이었고요.
#
여행과 쇼핑은 다른가?
여행과 사진찍기는 별개인가?
왜 여행하지 않고 쇼핑을 하냐고?
왜 여행하지 않고 사진을 찍냐고?
당장 필요하지 않아도 사는 행위, 소유하는 행위는 사람을 고려하게 한다. 나, 가족, 친구, 주변사람. 그들을 떠올리는 시간이 나는 좋다.
준만큼 받으려고 주는 게 아니라 생각하니까 주는(사는) 거다. 그게 내 쇼핑의 목적.
#
사람, 숨, 빛이 있었던 곳. 밤의 야경. 좀처럼 모습을 내보이지 않아 자꾸 하늘을 보게 했던 햇살의 존재. 살아있음과 자유에 대한 인상을 강하게 남긴 곳. 예술과 숭고함에 대해 자주 떠올렸던 시간. 호흡의 깊이가 남달랐던, 겨울의 파리였습니다.
돌아오는 날 아침
돌아오는 날 공항가는 길
뤽상부르 공원 밖 갤러리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
파리에서 가장 오래 됐다는 생제르맹 데 프레 성당
#혼자 적어본 질문과 답
0. 프랑스에서 살 만한 저렴하고 예쁜 게 있나요?
없습니다. 슈퍼에서 사는 와인이 그나마 가성비 갑에 속하려나요? 비싸고 좋은 건 많은 것 같습디다... 브랜드... 명품... 여행자가 싸고 좋은 걸 발견하긴 쉽지 않은 듯합니다.
0. 선물로 가장 잘 샀다고 생각하는 물건은?
10유로짜리 파우치와 지갑입니다.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것 같은데 어떤 종류의 가죽인지 모르지만 색감이며 재질이 굿이에요. 가볍고 부드러웠어요.
0. 가장 맛있게 먹은 것은?
빵이요. 위에도 썼지만 호텔 식당에서든, 휴게소에서든, 기내에서든 모두 우리나라 빵보다 훨씬 맛있었어요.
0. 파리에 다시 오게 되면 한 번 더 가보고 싶은 곳이 있나요?
글쎄요.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아쉬움도 그리움도 없습니다.
모든 곳이 남달랐지만 크리스마스날 갔던,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에서의 콘서트 타임을 잊을 수 없습니다. 내가 그 공간에 섞여들어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어떤 긴장도 없이 편안하고 너무 좋았습니다.
0. 여행 중 궁금했거나 보고싶었던 사람이 있었나요?
가족을 많이 생각했습니다. 이거 사주면 좋아하겠다, 이거 선물해야겠다... 조카들 초콜릿도 두 개나 사고 쿠키도 샀어요.
0. 가장 힘들었던 건요?
걷는 게 힘들었습니다. 8-9시간을 밖에서 보냈으니까요. 몸이 천근만근, 매일 다리가 퉁퉁 부었습니다.(한국에서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탓이겠죠)
0. 이 여행, 만족하나요?
그럼요. 여러모로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구글맵 검색하랴 가이드북 보랴 공동경비 관리하랴...(그러고보니 왜 경비도 친구한테 맡겼지?-_-;;; 때늦은 미안함) 우버 부르랴 친구가 고생 많았습니다ㅜㅜ 감사 인사도 제대로 못 전하고 헤어졌네요. 이렇게 쓰고 보니 나란 인간의 이기심이란...(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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