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 콕콕] 쓰레기는 쓰레기다?
중국이 재활용 쓰레기 수입을 중단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지구촌 전체가 쓰레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인천문화통신3.0’ 제38호 ‘큐레이션 콕콕’은 쓰레기는 ‘버리고 없애는 것’이라는 기존 관념에서 탈피해 생활의 자리와 예술작품으로 스며든 몇몇 사례를 살펴봅니다.
업사이클은 향상을 뜻하는 ‘업그레이드(Upgrade)’와 재활용을 뜻하는 ‘리사이클(recycle)’의 합성어입니다. 버려진 것을 가치 있는 무엇으로 재생산하는 작업을 말하죠. 한 번의 소비로 끝나지 않고 또 다른 쓰임과 중요성을 발견하는 의미에서 업사이클 예술은 굿 아트(착한 예술)로 전달되기도 합니다.
올해 여든한 살인 존 노우드 씨는 폐플라스틱과 담배꽁초 등으로 작품 활동을 합니다. 폐플라스틱, 납 조각으로 아파트에 모여 사는 현대인들의 회색빛 삶을 재현하고 수백 개의 담배꽁초로 이라크 참전용사의 얼굴을 형상화합니다. 건축 설계사였던 그는 만 점이 넘는 작품을 보관하고 있어 집은 흡사 갤러리 같습니다. 관광지로 소개될 정도로 유명하죠. 노우드 씨는 자신의 결과물을 즐겁게 공개하는 한편 사람들에게 환경 보호의 실천을 강조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출처:KBS뉴스 캡처화면->영상보기
브라질 출신 비쥬얼 아티스트 빅 뮤니츠(Vic Muniz)는 독특한 재료를 사진 속에 담아냅니다. 장난감, 흙, 설탕, 철사, 못 심지어 방안에 날리는 먼지도 재료로 사용하죠. 단연 돋보이는 것은 쓰레기로 그린 작품입니다.
브라질 외곽 ‘자르딤 그라마초(Jardim Gramacho)’에는 하늘에 닿을 듯 우뚝 솟은 산이 있습니다. 일명 쓰레기 산인데요, 뮤니츠는 이곳에 스튜디오를 열고 오가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2년 동안 쓰레기를 작품으로 탈바꿈시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쓰레기 매립지가 창작 무대가 된 거죠. “물질은 존재 자체로 의미를 보인다.”는 그의 말처럼 일상적이고 의미 없어 보이는 사물도 어떻게 인식하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변하네요.
출처 : Vik Muniz 홈페이지
테드 영상 보기-> ‘철사와 설탕으로 예술을 만들다’
소비 중심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간편하게 구매하고 쉽게 소모되는 물건이 넘쳐납니다. 가볍고 편한 것을 찾는 현대인의 욕망은 수많은 1회용 물품을 만들어냈습니다. 스티로폼, 알루미늄 캔, 유리, 플라스틱, 비닐 같은 소재는 생활에 두루 쓰이지만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기도 하죠. 지난 4월 17일 영국 포츠머스대 연구팀은 플라스틱을 먹는 박테리아의 구조를 분석, 분해 능력을 이전보다 20% 향상한 효소를 개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효소를 넣은 물질로 플라스틱을 제조하면 그대로 완벽한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지난해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쓰레기X사용설명서’는 쓰레기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마련된 전시회입니다. PART1은 대량 생산, 대량 소비 시대에 우리가 만들어낸 쓰레기에 관해 문제제기하는 공간으로, PART2는 그에 대한 우리의 대안을 만나는 공간으로 구성됐어요.
전통 농경사회는 지금처럼 쓰레기가 많지 않았습니다. 살림도구는 더는 사용할 수 없을 때까지 고쳐 썼고, 땅에서 나온 것을 다시 땅으로 돌리는 순환의 미를 실천했습니다. 분뇨를 자원으로 활용하고, 전깃줄로 바구니를 짜기도 하고요. 쓰레기의 2차 활용과 업사이클링의 역사도 시대에 따라 달라집니다. 동시대인들은 폐현수막으로 가방과 구두를 만들고, 군용 담요로 바지를 만들고, 담뱃값으로 자리를 만듭니다.
출처:네이버블로그(꿈책맘)
서울시 성동구에는 ‘서울새활용플라자’라는 업사이클링 문화공간이 있습니다. 지하2층, 지상5층 규모의 건물은 연면적 5천평으로 국내 업사이클링 관련 시설 중 가장 규모가 큽니다. 폐품을 이용한 설치미술, 업사이클링에 관해 공부할 수 있는 전시와 체험 공간, 업사이클링 기업을 위한 사무실을 갖추고 있네요.
업사이클링은 폐기물이 본래의 성격과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재활용과는 개념이 조금 다릅니다. 폐품을 재료의 형태로 되살리고 그 재료를 다시 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에서의 비용이나 환경오염을 무시할 수 없죠. 효용을 따져 업사이클링 본연의 가치를 유지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고 하네요. 버린 것을 재사용한다는 명분을 넘어 다양한 각도와 폭넓은 이해로 접근하는 시선이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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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가 최정화 씨는 별스러울 것 없는 일상의 재료로 조형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로 1990년대부터 한국 미술계에서 주목받았습니다. 그의 대표작인 ‘알케미(Alchemy·연금술)’는 플라스틱 그릇, 소쿠리, 솔, 깨진 병 등으로 제작되는데 독특하고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쓰레기와 예술의 차이가 어디있겠나”라고 반문하는 작가는 천박하고 야하면서도 아름다움을 겸비한 ‘키치의 미학’을 즐깁니다.
환영무를 추는 무용수의 옷자락, 빙글빙글 도는 꽃잎이 겹겹의 원을 만듭니다.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의 잔그림 같은 원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성화가 타오르는 백자 항아리, 오륜기의 오륜, 휠체어의 바퀴 모두 둥근 것들입니다. 원 안에서 하나로 공존합니다. 최정화 작가는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개폐막식의 무대감독으로 활약했습니다. “사뮈엘 베케트가 ‘낡은 나사의 새로운 회전’을 이야기했죠. 나는 버려진 쓰레기, 옛사람들의 유물, 동양사상의 근본···그런 것들만 들여다볼 뿐입니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고민해온 작가는 자신의 철학을 유무형의 예술품으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청소도구를 소재로 한 설치작품 ‘청소하는 꽃’ 앞에 선 최정화 작가
출처 : 서울경제
양말목을 아시나요. 양말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양말 앞코의 마감을 위해 잘리는 부분으로 가위밥이라고도 불립니다. 서울 도봉구의 동네예술가와 마을활동가, 주민 들이 그 용도를 발견하기 전까지 양말목은 섬유 폐기물이었죠. 대안주거문화공동체 ‘황새둥지’는 쓰레기로 소비되는 자원과 주민들의 도움, 예술적 아이디어로 새로운 마을문화를 만들었습니다. 양말 제조공장이 많은 도봉구 방학동의 특성을 살려 양말목으로 컵받침, 가방, 냄비받침, 바닥깔개 등의 생활용품을 제작했죠. ‘못 쓸 것’으로 치부됐던 의자를 약간의 수리 후 양말목 방석을 입혀 ‘쓸모 있는 것’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출처:서울 시민청 제공
광주시 남구 양림동 펭귄마을은 ‘쓰레기의 손때’가 가득 묻어있는 곳입니다. 누군가와 삶을 함께 했던 쓰레기들은 폐기되거나 소각되는 대신 삶의 증거로 소환됩니다. 시작은 이렇습니다. 골목 주택가에 불이 나 흉해진 자리에 주민들이 벽화를 그리고 생활 소품을 가져다 놓습니다. 원래 있던 곳에서 자리를 옮기자 물건은 이전과는 다른 사물이 되고 마을은 어느새 ‘골목 박물관’으로 변합니다.
부챗살처럼 퍼진 골목을 따라 가면 소박한 시와 그림을 감상할 수 있고, 곳곳에 오래된 시계, 신발, 그릇이 걸려 있습니다. 이제는 불필요한 물건들이 시간의 물결을 타고 그 자체로 작품이 됩니다. 빈터와 텃밭에는 작은 TV와 라디오, 장독, 의자, 바구니, 가스통, 솥 등이 모여 있습니다. 그야말로 쓰레기 박물관이죠. “멈춰버린 당신의 꿈이 지금 시작됩니다”, “유행 따라 살지 말고 형편 따라 살자”고 적힌 문구는 액자 안에 담겨 텍스트 이미지의 한 장면이 됩니다.
출처: 광주시 제공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KBS 뉴스9, 2018.4.8
아트리셋, 2017.11.30
3. 쓰레기로 세상을 만드는 예술가, 빅 뮤니츠(Vik Muniz)
매일경제, 2018.3.28
4. 골목 300m에 과거가 거니는… 광주 펭귄마을 골목
조선일보, 2018.2.5
5. “역발상으로 뻔한 것도 새롭게 쓰레기와 예술, 차이 어딨겠냐”
서울경제, 2018.3.16
브런치(그리미), 2017.8.9
내 손안에 서울, 2016.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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