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말, 문학필사 31기를 끝으로 온라인 필사 모임을 종료했습니다. 이제 내려놓자고, 이만하면 됐다고 토닥토닥했어요. 아쉬웠지만 섣부른 결정은 아니었기에 미련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저를 다그치는(?) 이도 없을 줄 알았습니다.
필사 프로그램을 그만두니 독서할 때의 자세가 다르더군요. 예전엔 와, 이거 필사반에 공유하면 좋겠다, 함께 나누고 생각해보면 좋겠다 그랬는데 종료를 결정한 뒤 그런 번뜩임이 사라졌습니다. 그저 눈으로 따라 읽었고, 감동도 더 적었던 것 같아요. 저의 일상도 상대적으로 덜 분주했고 그래서 심심했고, 이따금 나의 하루가 시시하게도 여겨졌지만... 뭐, 어쩌겠어요.
필사 모임을 진행한 5년 동안 몇 번이나 (가까운 주변에) 그만두겠다고 말했습니다. 3명만 더 왔으면 좋겠다, 뉴 페이스가 신청했으면 좋겠다, 바람은 끝이 없었고, 사람은 늘지 않았고, 고정 멤버들도 하나둘 떠나는 것 같았어요. 10명은커녕 5명만 돼도 좋겠다는 마음이 지속되자 기운이 빠지고 (꾸준히 필사 모임을 좋아해주는 분이 계셨음에도) 내 노력을 보상받지 못한다는, 내가 들인 시간만큼 즐거움을 얻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1기라는 숫자가 아쉽긴 했지만 5년을 채웠으니 이 정도면 됐다 싶었죠.
이후 2024년 2025년에 진행했던 주제별 필사 12개를 공개하고 신청자를 받았지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함께 하는 공간(단톡방)이 없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일주일 치 글을 메일로 보내주겠다고 했거든요...^^;;;
제게 필사를 다시 하라고 말하는 분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필사가 없어서 서운하고 섭섭하다고 토로하는 분이 안 계실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구요.
가깝게는 우리 어머니. 문학필사 1기부터 31기까지, 5년 동안 빠짐없이 참여한 유일한 분. 솔직히 '머릿수 채우려고' 필사를 권했기에 억지로 하는 건 아닌가, 딸로서 미안한 마음도 있었어요. 조카들 돌보랴, 집안일 하랴, 부업 하랴, 운동 하랴 바쁘다는 걸 알았고, 어느 밤 자정 너머 이미지를 인증하기라도 하면 '어머니를 붙들고 내 욕심을 채우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그러면서도 필사반에 사람이 너무 적은 게 부끄럽고 창피해서 매번 어머니를 필사반에 초대했습니다. 이따금 "필사하면서 모르는 걸 많이 알게 됐어. 맞춤법 띄어쓰기 공부도 많이 돼. 필체도 점점 좋아지는 것 같아" 소감을 전해주셨으나 자식 잘 되라고 하는 말(응?)이라고 단정했습니다. 그런데 필사 모임을 쉰 1월 초부터 어머니가 너무나 서운해하시는 거예요. 매일 필사하는 게 힘들 때도 많았지만 그래도 제법 습관처럼 자리잡아 이젠 하지 않는 게 이상하고 허전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깜놀.
미국에서 3년 넘게 참여하신 지OO 선생님, 어머니를 제외하고 2021년부터 아마도 가장 많이 필사 모임에 참여했을 김OO 님, 시 쓰고 소설 쓰는 이OO 님, 저를 계속 나아가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욕심과 기대를 내려놓고 다시 해보려고 합니다.
필사 모임을 하는 것만으로 문장 공부가 될 거야, 소설을 사랑하게 될 거야, 어휘력도 늘 거야, 잘 정돈된 글을 많이 접하니 내 글도 잘 쓰게 될 거야! 하는 마음을 내려놓고(사명감처럼 이런 마음을 붙잡고 있었어요. 돌이켜보면 선민의식 같은 것도 있지 않았나...ㅜㅜ 돈을 받았으니 그 값을 치러야 한다며 잔뜩 긴장하고 저를 몰아붙였습니다. 참여자들이 원하는 게 뭔지 헤아림이 부족했어요. 미워하는 사람이 없음에도 미움받았다고 등 돌린 건 아닌가...) 느긋하게, 느슨하게, 다정하게 더불어 함께 하는 자리를 만들려고 해요.
글밥도 줄이고,
저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글을 새롭다는 이유로 억지로 소개하지 않고,
문장에 대한 짧은 생각은 '정말 짧게' 하고,
월화수목금이 아니라 월수금으로, 퐁당퐁당 안단테로 하려고요.
step 1 : 이 글이 어떤 장면인지 밝혀 읽기 전에 상상해보게 하고
step 2 : 필사하고
step 3 : 필사 인증 후 ‘한 줄 소감'을 공유하면서
일방적인 인증 공간이 아닌
소통의 자리로, 마음을 주고받는 터전으로 꾸리려고 합니다.
2021년 3월 문학필사1기 첫 스타트를 시즌1,
2024, 2025년도 12개의 '주제별 필사'를 시즌2라고 한다면
2026년 3월에 다시 시작하는 필사는 시즌3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시 시작하는 32기는
지난가을, 겨울에 읽은 책을 중심으로 준비했습니다.
국내작가는 '2026 신춘문예 당선소설' 일부를,
해외작가는 자우메 카브레, 제널드 머네인, 조이스 캐롤 오츠(이 세 작가의 이름은 필사반에서 언급한 적 있어요), 여러분에게는 낯설 수 있는 일본 작가 오카다 도시키(극 연출을 주로 하는 분이라는데 소설이 매우 독특하고 재미있습니다), 한국계 미국작가 폴 윤의 소설, 라오스에서 출생해 캐나다에서 자란 수반캄 탐마봉사의 소설을 집중해서 살펴보려고 해요. 시는 아직 고르지 못했는데 신중히 선별해 공개하겠습니다.^^;;;;
얼마전에 20매짜리 서평을 쓸 일이 있었는데 서평이라는 장르가 낯설기도 했지만 한동안 '쓰는 일'에 넋놓고 있다가 손가락을 움직이려니 한심하게도 콱콱 막히더라고요.
우연히 워렌 버핏의 기사를 보았고, "지식은 복리처럼 쌓인다"라는 말이 제 머리를 쿵 하고 때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 문장력도 복리처럼 쌓이지! 소설을 쓰려면 소설 쓰는 몸을 만들어야 하는 것처럼 날마다 글을 읽고 써야 글쓰는 사람이 되는 거잖아! (필사가 그런 습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너도 알잖아. 그걸 그만두다니, 바보냐? 아무튼 다시 시작한 걸 축하해. 정말 다행이야.)
필사 한 날, 우리는 좀 더 흐뭇한 상태로 잠자리에 들 수 있을 거예요!
매일 5~6시간을 신문 등을 읽는데 쏟는 버핏은 “밤에는 아침보다 조금 더 똑똑해진 상태로 잠자리에 든다”고 했고, “지식은 복리처럼 쌓인다”고도 했다. ‘복리’처럼 쌓인 지혜는 그의 투자 철학의 시작점이었다.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05717
***
일정 : 2026년 3월~5월(3월 4일 개강/총 35회)
방법 :
- 주 3회 월수금 오전 7시, 카카오톡 단톡방에 필사 글을 업로드합니다.
- 필사 글은 국내외 소설 일부이며, 때때로 시를 소개합니다.
- 작가의 짧은 단상을 덧붙여 글의 이해를 돕습니다.
- 참여자는 편한 시간에 종이 또는 패드에 수기로 필사합니다.
- 이미지를 올려 인증 후 한 줄 소감을 남깁니다.
참여비 : 기수당 11만원
-카카오뱅크 3333-11-1846849(이재은)
문의 : dimfgogo@gmail.com
진행자
이재은
2015년 「비 인터뷰」로 중앙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제23회 심훈 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비 인터뷰』, 짧은 소설집 『1인가구 특별동거법』(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한 번 더 해피엔딩』 등이 있다. 실용서 『짧은 소설 가이드북-오늘 뭐 읽지?』를 기획하고 공저로 펴냈다. 노무현시민센터, 부평구문화재단, 인천수봉도서관, 검단도서관, 화도진도서관 등에서 소설창작, 자서전쓰기, 수필쓰기 등을 강의했으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주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일상의 작가> 주강사로 활동했다.
2021~2024 명지대 객원교수 출강
2026 인천작가회의 소설분과장
1인문화예술공간 마음만만연구소 대표.https://theredstory.tistory.com/1194
https://theredstory.tistory.com/1170
마음만만연구소 문학 필사 2021년-2025년
[2021년]문학필사 1기 2021.3.29~5.1문학필사 2기 2021.5.17~6.19문학필사 1기 한번더! 2021.7.12~8.14문학필사 3기 2021.8.23~9.25문학필사 4기 2021.10.4~11.6문학필사 2기 한번더! 2021.11. 8~12.111기 참여후기2기 진행일
theredstory.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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