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패커 17회 백종원의 말+공부의 의미

1인문화예술공간(인천)
728x90
반응형

예전부터 뒷북을 잘 쳤다.
뭐가 유행인지 누가 인기있는지 알면서도
사람들이 오오, 하면 그게 군중심리 같고
포퓰리즘 같고(?) 해서
나 홀로 고고한 척.
(그러고 보니 ‘독고다이’도 2-30대의 나를 수식하는 말 중 하나였다…-_-;;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거 싫어하는 편-)

사람들이 백종원 백종원 할 때(?)
그가 나오는 프로도 보지 않았고
유튜브 보면서 그의 요리를 따라하지도 않았고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를 즐겨갈 일도 없었고…

그러다 우연히(?) 장사천재 백사장을 보게 됐는데
(여행 예능이라고 생각해서)
나영석이 하는 해외+음식 예능보다 훨씬 재밌는 거다.
그렇게 장사천재 백사장2까지 보고
-유튜브는 잘 안 봐서 그쪽은 검색 안 해보고-

예전에 방영했던 백패커를 정주행하기 시작했다.
정주행…이라고 하면 뭔가 자세 잡고 열심히 보는 게
연상되지만 그런 건 아니고
심심할 때 라디오 듣듯이 틀어놓기도 하고
혼술할 때 보기도 하고.

총 20회던데 17회까지 온 어느 날…(어제)
백패커 군단이 어느 셰프고등학교(정확한 명칭을 모르겠네… 죄송)에 갔다가
학생들 요청에 백 선생이 특강을 하게 된다.
거기서 주옥 같은 멘트를 발견하는데…
바로 아래 장면.


학생이 질문했다.
메뉴 개발은 어떻게 하냐고.
어떤 걸 해야 도움이 되냐고.

그의 대답.
“많이 만드는 것보다 많이 먹어보는 게 좋아요.”

이걸 듣고 딱!
앗. 글쓰기랑 비슷한데? 하는 생각을 했다.
많은 이들이(나도 한때 그랬을 터)
읽기보다 쓰기에 치중하고 ‘잘 되길’ 바란다.

나는 글을 잘 쓰려면 ‘잘’ 읽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문학적 문장보다 스토리텔링(이미지화, 영상화가 가능하다고 여겨지는)이
인기인(돈이 되니까?) 우리나라에서는
“읽기를 배우는 것”이 주목받지 못한다.
깊이 읽기, 자세히 읽기, 다시 읽기 등등은
입시를 위한 교육에서 끝나버린 느낌이랄까?

문창과 학생들을 봐도 ‘이 작가는 당연히 알아야지’하는 작가를 잘 모른다(죄송합니다. 제가 꼰대일 수도 ㅎ)
모파상이나 오 헨리, 에드거 앨런 포, 안톤 체홉, 조지 오웰… 뭐 이런 작가는 알아야 하지 않나?(아님 말고 ㅋㅋ)

아무튼…
백종원은 많이 먹어 보고
그걸 어떻게 만들었을까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계속 한단다
그 과정에는 유튜브 탐색도 포함되는데(요즘도 하루 3시간씩 공부한대. 여기서 ‘요즘’은 2022년이겠지)
유튜버들이 올린 영상과 맛 표현을 내면화한 뒤(“그들은 맛 표현을 잘 하잖아. 사진도 기가 막히게 찍어요.“)
그것만큼 만들어야하지 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그제야 만들기에 도전한다고 한다.
그럼 아주 괜찮은 결과물이 나온다고.

또 하나.
맛집이라고 소문난 집에 찾아간다.
기가 막힌 걸?
사장님이 나와서 백종원에게 하는 말,
“선생님 가게에서 배웠어요.”
이에 대한 백종원의 대답은 아래 캡처 사진.


이 장면이 ’필사는 왜 하는가‘에 대한 대답 같았다.
필사는 왜 할까? 글쓰기에 도움이 될까?
4년째 필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람으로서
그동안 거듭 질문하며 나를 설득할 수밖에 없었는데

작가들의 글에서 좋은 점을 찾아
내 것으로 만들며 더 좋아지려고 하는 과정.

단어 하나 문장 하나라도
가슴에 닿는 쪽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쪽으로
나를 살리고
우리를 구원하는 쪽으로
그러니까 따뜻한 쪽으로
다정하고 안온한 쪽으로
나아가려고 애쓰는 시간,
이게 바로 필사가 아닌가…(흐음^^)

그리고 이어진 마지막 멘트가 바로 내가 새기고 싶은 말이다;

공부는 끝이 없다는 것.
문학하는 사람은 절절히 공감할 텐데
읽어도 읽어도 글쓰기는 너무 어렵고
고통스러운데
그럼에도
그럴수록
그러니까 배워야 한다는 것…



*사실 이거 전에, 몇 회인지는 모르겠음.
어느 군부대 방문 편에서 백종원이
자기가 요리를 하게 된 건 “재미있어서”라고 했는데(“먹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재미있으니까. 재미없었으면 이거 안 했쥬.“)
울컥 할뻔.

문학을 재미있어서 하는 사람이 있을까?
없지. 없겠지. 없을 거야.
(어떤 면에서 이따금 재미를 느낄 순 있겠지만. -어떤 재미?-)

인정한다.
문학은 다른 장르다.
재미로 하는 게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유퀴즈를 좋아해도 나는 아닌 것처럼
환승연애가 인기 많아도 나는 관심 없는 것처럼
재미 요소와 재미 자극은 사람마다 다르고
문학은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며
문학은, 삶과 인생, 존재에 대한 탐구이자
세계에 대한 이해, 그리고 자기성찰…(흠흠)

내일(3월 4일) 시작하는 문학 필사 21기는 소소하게 오픈하지만
3월 5일부터 하려고 했던 ’소설 읽기 온라인 강좌‘는 개강이 불투명.
꼭 내 수업이 아니어도 어딘가에서 소설을 읽고 소설을 쓰며
세상을 돌아보는 사람이 많기를 바람!😝

728x90
반응형

이미지 맵

이_재은

1인문화예술공간(운영자 이재은) 글쓰기및소설강좌문의 dimfgogo@gmail.com

    '소설,글쓰기강의/문학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