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창작워크숍 2022봄강좌 개강후기

1인문화예술공간(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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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개강인원을 4명으로 잡았는데 개강 일주일 전까지 신청자가 두 분이었다.

한 분은 2019년부터 지금까지(올해로 4년째)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내 수업을 수강한 분이고,(꾸준히 공모전에 응모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한 분은 이번에 처음으로 신청하신 분(대학 때 소설창작워크숍을 3회 정도 들은 적 있다고 했다).

개강하는 주 월요일. 두 분에게 폐강될 것 같다고 말씀드렸을 때(이미 돈을 내고 개강을 기다렸으니 당연했겠지만) 무척 아쉬워했다.
한 분은 기초반이라도 듣겠다고 해서 나를 이렇게까지 믿어주는 걸까? 기쁘기도.(웃픔)

두 가지 방법을 생각했다.
1. 깔끔하게(?) 폐강한다.
2. 두 분과 함께 5~6회 정도 강의를 진행한다.(그렇게 하자고 말해본다)

그럼에도 1번과 2번 중 하나를 쉽게 선택할 수 없었다. 겨울에 소설 쓰면서 버텼고, 3월엔 새로운 일을 시작할 줄 알았는데 불발인가… 하는 마음에 슬펐고 내가 못나서 그런가 보다 하는 자괴감에 괴로웠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
신청한 강좌가 ‘심화반’(살붙이기반)이라는 걸 알고 있고, 이미 써놓은 소설이 있다면 두 분만 참석하는 걸로 해서 2회 합평모임을 여는 것. 참여비는 10만원.

다른 곳에서도 종종 강의하지만 ‘마음만만연구소’라는 이름을 걸고 2017년부터 해온 강의가 처음 폐강을 맞이할 것 같아 서운하고, 신청하신 분들께 죄송한 마음도 들어 도움 드릴 수 있는 방법을 찾은 데 대한 결론이었다.

2010년 이후 등단한 8명 작가의 첫 작품을 살펴보려고 계획했던 단편소설 깊이읽기는 다음으로 연기할 수밖에 없었고.

두 분 모두 흔쾌히(!!) 미니 합평모임을 하겠다고 했다. 그 주 주말에 소설 두 편을 받았고, 개강을 한 주 연기해 어제 줌 화면으로 얼굴을 봤다.

뉴페이스는 젊은 남자 분인데 한 달 전에 퇴사해 시간이 좀 있어서, 늘 관심 있었던 글쓰기를 배워볼까 해서 신청했다고 한다. 원래는 에세이 워크숍을 하려고 했는데 마땅한 게 없었고 ‘소설창작워크숍’으로 검색했더니 몇 개가 떠서 그중 마음만만연구소를 선택했다고.

문의메일을 보내고, 내가 답변하고 난 뒤 4-5일 후에 입금하셨는데 말투도 그렇고 느낌이 좋았더랬다. 개강이 어렵다고 연락했을 때도 “고민 많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배려가 깊어 진심으로 고마웠다. 보내온 소설을 읽고 호감이 짙어지고, 어제 줌으로 얼굴 보고 대화하면서 더더 짙어졌다. 소설을 매개로 누군가와 대화할 때가 가장 행복!(바보 같은 사람들. 경이로운 사람들. 외로운 사람들)

뉴페이스 덕분에 4년차 수강생의 자기소개도 새롭게 들을 수 있었다. 자주 하는 염려와 앞으로의 계획, 목표까지. “어쨌든 꼴리는 대로 하고 싶은 걸 하려고요.” 한다. 소설을 피드백하다가 내가 “나 믿죠? 내 얘기 흘려들으면 안 돼” 강조했더니 “당연하죠. 잘 들어요. 말해주는 대로 못 고쳐서 그렇지…” 한다. 사랑하는 OO씨, 올해는 더 잘해봅시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그들의 파일에 강점과 약점을 정리해서 구체적으로 피드백하고 그 자료를 각자에게 보내주었다. 혹시나 나중에라도 내 코멘트를 읽고 오늘의 합평을 기억할 수 있도록. 내가 가진 걸 얼만큼 친절하게, 얼마나 많이 전달할 수 있을까? 해마다 계절마다 변화가 있는만큼 관계 속에서 내 강의방식도 바뀐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소설의 노이즈’에 대해 잠깐 소개하고 그들의 작품과 관련해 살펴볼 단편을 추천한 뒤 숙제로 읽어오라고 했다. 두 분 다 새소설은 낼 게 없다기에 인물과 관련해 어떤 글을 써오라고 부탁했다.

속사포처럼 말했는데도(자랑 아님) 2시간 20분을 훌쩍 넘겨 인사했다.

-안녕히 주무세욧
-감사합니다!
두 분의 메시지에 나는 ♥️💓

대선 시국이고, 오미크론 지옥이라 신청자가 적은가, 홍보가 부족했나(블로그에 올리는 게 전부인 수동적인 마케팅ㅜㅜ) 이런저런 생각으로 어수선했지만 이렇게라도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고맙습니다)

대여섯 명 밝은 얼굴로 만나 10주 동안 함께 읽고 쓰고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이 만남 또한 헛되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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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_재은

1인문화예술공간(운영자 이재은) 글쓰기및소설강좌문의 dimfgog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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