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과 7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본 전시 두 개.
1. 이불-시작(5.11.방문)
이불. 작가의 이름이다.
데뷔가 센세이션 했다고 한다. 1990년대만 해도 여자 예술가가 퍼포먼스 한다는 데 제약이 많았는데 1989년에 '낙태' 영상을 찍었다. 천장에 매달린 자세로 낙태의 고통을 형상화해서 보여줬다. 퍼포먼스 아티스트로 데뷔한 후 점차 영역을 확대시켜 나갔다.
일본에 가서 괴물 의상(?) 입고 퍼포먼스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제목:‘당신은 내가 소풍 나온 강아지 새끼인줄 알아?’ 1990. 옷이 여러 벌이었고 몇 차례 반복할 생각이었지만 일본 경찰의 제지로 오래하지는 못했다고.
상상을 뛰어넘는 아이디어로 사람들을 깜짝 놀래키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런 걸 입었다.
그녀를 가장 유명하게 한 것은 썩어가는 날생선 위에 인공장식을 한 화엄(Majestic Splendor)-1997이었다고.
뉴욕 모마에서 전시했는데 말린 것도 아닌 날 생선(조기) 위에 구슬 달린 핀을 에쁘게 꽂아서 장식했다. 전시기간이 꽤 길었는데 당연히 며칠 만에 전시장에 생선 냄새가 진동했다. 난리가 났겠지. 세계 최고의 미술관인데 사람들이 들어가자마자 코를 막는 사태가 벌어진 것.
“이불작가의 작품이 썩고 있다!!!” 예정된 전시 기간을 못 치우고 며칠 하다가 철수했지만 이걸로 세계에서 유명한 작가가 됐다고 한다.
향기로 작품을 만든 사람은 있엇다. "좋은 냄새 맡아보세요." 일명 향기 아트.
하지만 이불 작가처럼 '악취 예술'을 한 사람은 없었다. 그 작품은 무엇을 말하고자 한 것이었을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마치 살아있는 우리는 우리 몸에 (쓸데없는/과한) 치장을 한 것 같지는 않은가. 사람은 죽으면 엄청 빨리 썩는다. 우리 존재가 그렇다. 썩고 나면 부패할 때 냄새가 어마어마하게 난다. 이불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런 거라고 알려주고 싶었는지 모른다.
아래의 커튼을 걷고 들어가 이불 작가의 퍼포먼스 영상을 볼 수 있었다.(안은 촬영금지라 못 찍었다)
2. 호민과 재환(7.7.방문)
호민과 재환은 한국 현대사의 주요 이슈를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롭게 조명해온 작가 주재환과, 한국 신화를 기반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해석한 웹툰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 주호민 부자의 2인전이다.
전시를 보러 가기 전, 주호민 작가는 풍문으로 알았지만 주재환 작가는 몰랐는데, 전시장에서는 아버지 재환의 작품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호민의 작품은 '웹툰', '만화적 이미지'로 전해진 게 많아서. 그쪽으로는 워낙 문외한이라.
주재환 작가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쓰레기를 이용해 많은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타이틀이 정말 시적이라고 생각했다. 붉은 계열 비닐로 밑작업을 하고 은박지 같은 걸 군데군데 포인트를 준 저것의 제목이 아침 햇살이라니.
'사람 형상'을 한 작품이 많았고, 그래서 훨씬 친근감 있게 볼 수 있었다.
아래는 대부분 색종이(컬러 종이) 작업인데 조카들하고 흉내내볼까 싶어 찍어 왔다.
주호민은 만화전쟁(2015), 신과 함께(2010-2012) 등의 만화를 그렸다. 1981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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