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쓰기+소설모임+독립출판+짧은소설

1인문화예술공간(인천)

지난 수요일(19일) 검암도서관에서 특강을 했다.

애초 10명 이내 관객 초청, 거리두기해서 앉은 뒤 진행하면서 인스타 라이브를 병행하려고 했는데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짐에 따라 급작스럽게 전면 온라인으로 변경되었다.

 

 

 

 

하여, 애초 현장에서 만나려고 했던 신청자를 줌으로 초대하고, 인스타 라이브는 그대로 고고.

줌은 익숙했던 터라 걱정 없었고, 자료도 성실하게 준비해서 괜찮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참여자들이 모두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혼자 떠든 꼴이 됐다.ㅋㅋ

세팅 문제로 7시 10분쯤에야 인사를 드렸고, 8시 3분까지 <삶이 문학이 될 때-문학은 말이야>로 강연. 편하게 '내 이야기' 해도 된다고 해서 등단작 쓰게 된 계기, 삶을 문학으로 바꾼 사례 등을 '술'과 '인터뷰'라는 키워드로 설명, 후반부에는 '예비작가'라는 명명으로 수강생들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7분 쉬고 8시 10분에 진행자인 이병국 시인과 2부 시작. 질의응답 시간이었다. 인스타로, 줌 채팅창으로 질문을 받았고 활발하게 대화한 뒤 8시 45분에 특강 종료. 원래 무알콜 맥주 제공이어서 도서관 측에서 내게도 한 꾸러미 안겨주었는데 집에 와서 마셔보곤 진짜 깜놀... 이런 걸 돈 주고 샀다고?@@ 맥주는 에일이지, IPA지, 암...

 

아래는 그날 질문 내용. 뭐라고 대답했는지 자세히 기억나지 않고, 아무튼 말을 많이 하긴 했는데, 생각나는 대로 간단히 옮겨 본다.

 

 

 

 

1. 감정에 매몰될까 망설이시면 글쓰기가 막히게 됩니다. 그런 걱정 하지 말고 일단은 내 감정을, 내 이야기를 풀어내 보세요. 나중에 퇴고하시면 됩니다. 처음부터 자기검열은 노노.

 

2. 장르 구분이 거의 사라지고 있고 요즈에는 반대로 순문학 측에서 프레임을 갖고 바라봤던 '장르문학'이 대두되고 있는 추세인 것 같아요. 일견에서는 순문학도 하나의 장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웹소설 분야는 사정이 좀 다르고, 말하기 조심스러운 면이 있는데, 또 하나의 세계(혹은 시장)인 건 확실하고, 그쪽에 관심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탐구하시면 됩니다.
장르의 다양화에 관해서라면 저는 환영이고, 저도 최근에 부쩍 관심이 생겼으며, 할 수만 있다면 작업을 해보고 싶은데 쉽지는 않더라고요. 또 가벼운 느낌의 소설이라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것 같아요. 제 소설도 무겁지 않다고 하셨는데(감사합니다!!) 힘들어서 못 읽겠다는 피드백도 많았거든요. 아프고 힘든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고요. 가볍다는 것이 꼭 주제랑 연결되지는 않을 테고 평이한 문장 속에서 빛을 발하는 작품도 분명 있겠죠. '가벼운 소설, 장르 요소가 가미된 게 인기니까 그렇게 써야지' 마음먹어도 쉽지 않습니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할 수 있는 게 뭔지 꾸준히 찾아가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인물의 이력서를 쓰세요. 기록하지 않고 시작하면 (특히 초보일 경우 더더욱) 자꾸 글쓴이의 자아가 튀어나옵니다. A4 1-2장 정도로 인물에 대해 적어놓고, 글을 쓸 때 수시로 참조하세요. 습관, 좋아하는 말,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 가족관계, 직장생활, 취미 등등.
현실의 인물을 가져오는 거라면 한 사람에 대해 쓰기보다 두세 명을 섞어서 하나의 인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합니다. 어떤 사람에 대해 쓰려고 해도 내 의도와 글은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서 읽는 이가 모두 '앗, 그 사람!' 하고 알아차리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자기 얘기를 쓴 것에 불쾌함을 나타내는 분도 계시니 되도록이면 최대한 픽션화 시키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됩니다. 사실 저는 공격하려는 의도만 없다면 창작자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 역시 조심스럽습니다. 아무튼 우물쭈물 하고 주저주저하면 아무것도 못 하니까 가능한 한 용기를 내는 걸로 합시다!

 

 

 

 

모임을 만드십시오. 함께 하는 사람을 찾으세요. 전문가와 함께 하는 것도 좋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이 어렵다면 2주에 한 번, 2주에 한 번이 힘들다면 한 달에 한 번... 규칙적으로 '그것'에 대해 이야기나눌 기회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자극도 되고 더 노력하게 됩니다. 하다보면 결과물은 나오기 마련이고요. 

 

 

 

 

걱정하지 말고 어느 모임이든 가세요. 잘하는 사람들도 처음에는 '초보'였으니까요. 지각 안 하고, 성실하게 열심히 참여하면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없습니다. 초보랑 섞인 게 불만이라면 그 사람들이 떠나겠죠.  두려워하지 말고 어디든 문 두드리시길 바랍니다.

 

 

 

 

1. 앗. 소소한 체험이라면 어떤 걸 말하는 걸까요. 저는 이야기의 재료가 되는 게 '큰 사건'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를 테면 퇴근하려고 나왔는데 비가 내리고 있다, 그런데 나는 우산이 없다.... 이 상황은 작은 체험일까요, 아닐까요?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사건은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걱정하지 말고 어떤 것이든 쓰세요.

 

2. 서두가 길어진다면 서두가 긴 채로 일단 쭉 쓰시길 권해드립니다. 중요한 건 완성이에요. 30매를 목표로 했는데 100매가 쓰였다면, 다시 보니 서두가 너무 길다면 완성 목표를 기준으로 퇴고하면 됩니다. "자꾸 서두가 길어지네" 여기에 집착하다보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어요. 글을 쓴다는 데 의의를 두고 일단 쭉쭉 진행보시길 추천합니다.

짧은소설을 잘 쓰는 방법은...음... 많이 쓰고 읽는 것이 답입니다. 진부한 말이지만 어쩔 수가 없어요. 이것만이 정답입니다. 최근에 공모전 심사를 하면서 200편 이상의 짧은 소설을 봤는데요 단편소설과는 확실히 구성이나 주제화 시키는 방법론이 다릅니다. 그걸 알려면 그 규모에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어요. 저도 이런저런 이유로 짧은소설(미니픽션)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있는데 관심 있으시다면 허버트 조지 웰스의 단편선을 추천드립니다. 현대문학에서 나온 건데요, 장르를 접목했으나 궁극적으로 ‘사람’이 살아있는 매우 훌륭한 짧은 소설들이 많이 실려 있습니다. 

 

 

 

 

***마지막 질문. 사회자가 '문학이 삶이 될 때'에 대해 물었고, 나 또 진지하게 대답하다가 울컥할 뻔... 문학이 삶이 되는 시간을 살고 있는 현재에 감사하며, 그 거리가 멀어지지 않도록 (불안하고 두렵지만) 노력하고 있다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말했다. 이날 사람들은 대체로 얼굴을 보이지 않았지만 채팅창에는 활발히 댓글을 남겨주었는데 나의 이 말에 누군가 "응원합니다"라고 인사해줘서 고마웠다. 방송을 마친 뒤 3권의 책에 사인해 드렸다. 질문자에게 주는 선물이라는데 도서관 사서님이 "이렇게 질문이 많이 나올 줄 알았으면 책을 더 살걸 그랬어요"라고... 더 사주시지...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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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_재은

1인문화예술공간(운영자 이재은) 글쓰기및소설강좌문의 dimfgog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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