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부산영화제 가다 -7편의 영화평-

1인문화예술공간(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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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10/7 토요일
오전에 도서관 강의 끝내고 부랴부랴 집에 와서 옷 갈아입고 광명역으로.
대중교통으로 가기엔 시간이 빠듯해서 막내에게 차량 부탁.
우여곡절 있었지만-_-;;; 늦지 않게 역 도착.
KTX 백만년만에 탔다. 예전엔 역방향은 좀 싸게 해주고 그랬던 것 같고 부국제 기간에는 할인되는 것도 있었는데(씨네21 잡지에 쿠폰 붙어 있고 그랬음) 요즘에는 어떤지? 아무튼 시간대 별로 가격차이가 있는데 내가 예약한 건 정방향 편도 57,700원이었다.

제28회 부국제는 3박 4일 일정이었고
어릴 때처럼(?) 무리하지 않고 쉬엄쉬엄 7편 보고 올라왔다.💙


부산 내려가자마자 본 첫 영화. 야외극장이었고 듣기론 약 4400석인데 전석 매진됐다고 한다.
주룩주룩은 아니고 톡톡톡 빗방울이 떨어졌는데 영화제 측에서 우비를 나눠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그쳤고 몸에 걸친 비닐 덕분에 한결 따뜻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다.👍
상영 전, 감독과 두 주연 배우가 무대인사를 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스물여덟 해를 맞은 부국제에 10회째 방문했단다. 굿즈 판매 부스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세트도 있었다.(5만원 넘었음)

<괴물>은 대단한 영화였다!!!
대본을 쓴 사카모토 유지와 2019년부터 4년간 작업했다고 한다.

한 초등학교를 무대로 남학생 둘과 선생님의 이야기가 주요하게 펼쳐진다.
초반에는 이 사람의 적이 이 사람인 것처럼 의심하게 하다가(혹은 내가 일반적인 관객의 시선으로 그렇게 바라보다가) 조금씩 이분법의 경계가 지워진다. 그 이후부터 직선적인 플롯이 깨지고(그런 게 있었다면) 색다른 방식으로 영화가 전개되는데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게 하는 대단한, 엄청난, 어마어마한 몰임갑에 연신 감탄. 다른 차원의 ‘세계’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걸 즐길 때의 기쁨이란!
반전 기법 같은 걸로 ‘당신이 생각한 그거 아니지롱’, ‘이럴 줄 몰랐지?’ 하고 놀래키는 게 아니라 조심스럽게 비밀을 드러내는 방법이 진실돼 보였다. 그 진실에는 아이들의 거짓말과 연인의 배신, 폭력적인 부모,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해결법,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인식, 그리고 믿음이 있는데 어느 한쪽을 심하게 찌부러트리거나 다른 쪽을 토닥토닥 이해해주는 안일함을 택하지 않고 어렵고 복잡한 방향으로(그게 바로 우리의 삶의 모습이니까) 이야기를 끌게 간 점이 좋았다.
어떤 ‘현장’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지만 널따란 삶의 무대에는 빛이 번지고 모여들 듯 여러 갈래, 여러 빛깔의 관계가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준 영화였달까.

그 많은 사람이 야외에서, 날도 궂고 환경도 좋지 않은데 끝까지 집중할 수 있을 만한 작품을 만들었다는 데 경이로움을 느꼈고 질투도 났다(응?-_-;;;)

옆자리 청년들이 맥주를 가져와 마시기에 ‘좋겠다. 이런 게 영화제지, 이런 게 야외 극장의 맛이지’ 했는데 영화 시작되고 얼마 후 눈 밝은 감시자에게 압수당했다. 야외 극장도 주류 반입은 안 된다고.
엔딩크레딧 올라갈 때 카메라 들었다가 “사진 찍으시면 안 돼요” 외침을 듣고 얼른 점퍼 안으로. 야외 극장도 극장인데 ‘뚫림’ 때문인지 뭐든 조금은 허용될 거라고 오해를…(너무 오랜만에 가서 몰랐..)

스타트가 좋았고, 분위기 업 됐고, 해운대 근처 숙소 들어가기 전에 떡볶이랑 튀김 등 안주 사서 ‘대선’ 소주 마시고 기분 좋게 잠들었다.ㅎㅎ

★★★★★


10/8 일요일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라는 이름. 추억의 감독. 한때의 향수. 한 시절의 그리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체리 향기.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이후에 나온 영화는 챙기지 못했지만^^;;
관객에게 잘 보이려는 욕심 없이(?) 너무 잔잔히 진행되는 다큐라 살짝 지루했지만ㅋㅋ 졸음을 이겨내고 보고 나니 괜히 뿌듯. 만족스러웠다.
키아로스타미가 특정 영화를 어떻게 촬영했는지도 알게됐는데 차마 상상해보지 못한 거여서 깜놀.(두 사람이 주인공인데 그 둘이 실제로는 한번도 만나지 않았다고 한다. 각각의 상대역을 키아로스타미 본인이 직접 한 것. 그 눈빛과 감정선을 어떻게 담아냈을까!)

★★★


방글라데시 영화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티켓팅에 실패해 찜해뒀던 거 대신 선택한 영화인데 색다른 경험이었다.
감독과 주연 배우가 실제 부부고 영화에서도 역시 감독과 배우 부부로 나온다.
모스토파 감독은 자기 삶, 자기 경험을 영화화하는 데 관심 있고 그동안도 그런 영화를 찍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자전 소설’은 들어봤어도 ’자전 영화‘는 안 들어봤는데 그런 건가.ㅎ
내 취향이냐 아니냐에 관계 없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



10/9 월요일


눈만 마주치면 자기를 공격하는 사람이 있다. 영문도 모른 채 수시로 위협 받고, 공격 당하는 주인공.
몇 분 후면 상대는 잠잠해지고, 자신이 뭘 했는지 기억하지 못 한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살던 도시를 떠나 시골로 내려가는데 그 길에서 이 일이 자신에게만 벌어지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된다. 그걸 알려준 남자와 소통하고, 그런 증상을 겪는(?) 이들이 모인 온라인 사이트에도 접속한다. 악의 번짐. 전염되는 불안과 공포.

맞기만 할 때는 남자가 마냥 피해자 같았는데 어느새 상황은 역전.
그리고 그 과정에서 꽃핀 사랑…. 그래, 사랑.

★★★


*
오전 영화 예매 안 해서 시간 넉넉.
11시에 밀면+만두 먹으면서 반주하고
동백섬 산책하고 영화의 거리 걷고.🐋🐳🐟


색다른 인도 영화. 춤추고 노래하는(?) 발리우드 영화가 아닌 정통 리얼? 그러나 타인에게 쉽게 추천하기 어려울 듯한데… 이유는…(야해서?)

내 옆자리에는 아들과 함께 온 어머니가 앉았는데 상상 섹스, 자위 장면이 연속 나오자 제일 먼저 아웃. 그 뒤로도 몇 명 더 관람을 포기했는데 야한 게 싫어서가 이유였다면 빨리 나가길 잘함.🤣
이 영화의 소재이자 주제가 ‘섹슈얼’이었기 때문에 그후로도 몇 차례 더…
이런 거(?)랑 상관 없이 영화는 만듦새며 연기며 매우 훌륭!

★★★


*
연휴 끝!
직장인인 친구를 먼저 부산역으로 보내고 나는 저녁에 한 편 더 봤다.


배경이 1960년대라 그런지(?) 초반에는 약간 클리셰적인가 싶기도 했지만 금세 좋은 인물들의 솔직한 마음에 빠져들었다.
크리스마스 연휴에 기숙 학교에 홀로 남은 학생과
괴짜인 데다 솔로인 선생님이 함께 보내는 겨울.
(+전쟁으로 아들을 잃은 흑인 요리사까지)

AI니 SF니 하는 데 지쳐있었는지(???) 사람 사는 얘기 물씬 나는 영화가 왠지 반갑. 시대를 관통하는 인간미와 세대를 뛰어넘는 우정은 언제나 너무 소중하지.
영화에 “술은 생활필수품이죠.”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속으로 ‘당연하죠!’ 맞장구 침.ㅋㅋ

★★★


10/10 화요일


매우 몽환적이고, 묘하고, 신비롭고, 아름다운 영화였다…
<믿음이 결국 초능력>이라는 메시지를 정말 세심하게 보여준다. 오우… 대단.(더 이상 설명 불가. 직접 보셔야.)

★★★★


*
일본 미국 프랑스 인도 방글라데시 벨기에 이란.
알지 못했던 세상과 사람을 만나 너무 행복했다.☺️

(뭐 그렇게 긴 외출을 했다구… 일상으로 돌아오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자고 자고 또 자고. 오늘 오후에야(낮까지 잠독에 빠져있다가) 겨우 정신 차리고 밤에 이 소감을 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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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_재은

1인문화예술공간(운영자 이재은) 글쓰기및소설강좌문의 dimfgog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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