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북토크에는 낭독이 있다 <1인가구 특별동거법>

1인문화예술공간(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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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 동네서점 사각공간에서 열린 심야책방 문학다방 6월 모임.
사전에 질문지 겸 대본을 받았고 그 안에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너는 여자, 언니 동생, 친구 같은 딸, 남매 같은 애인, 누구 양, 누구 씨, 누구 님, 이름이다. 시간 속에 있고, 시간을 통과하고 있다. 너는 나의 주인공이다. 너를 무명(無名)이라고 하자. 네게는 남길 이름이 없다. 너는 끝끝내 여기에 살아 있다. ‘살고 있다’를 ‘살아내고 있다’로 쓰는 일이 SNS에서 유행처럼 번진다. 성찰 좋아하시네. 열두 시간 넘게 안팎에서 일하는 택배 노동자와 지붕 있는 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 밤늦게까지 개시 손님을 기다리는 자영업자가 모두 이 시절을 ‘살아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전염병의 세계 안에 있다고 해서 전 국민이 서로 닮은 시시포스일 수 있는가. - <무명의 일> 39쪽.

 
이병국 작가가 이 글을 읽으며 문학다방을 시작했다.
-팬데믹이 한창인 2021년 가을에 두 번째 책을 내셨는데요. 그때 함께 했던 대담 말미에 책 내고 나서 다른 생활이 펼쳐지지 않을까 기대하셨었는데 어떻게 지내셨는지 조금은 다른 생활이 펼쳐졌나요?

-어떻게 소설을 쓰게 되셨나요? 그리고 소설가가 된 과정을 들려주세요.

-작가님의 쓰신 소설에는 인천이 주요한 공간적 배경으로 여러 번 나오는데요. 당연히 작가의 삶이 반영되었기 때문이겠지요. 작가님에게 인천은 어떠한 공간인가요?
 
 
등등.
 
모든 질문과 대화가 끝나고, 나보고도 한 부분을 낭독하라고 했다.
'코로나, 봄, 일시정지'에 실린 잰말놀이를 발음하며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했으나 그러면 안 된다고 제대로 읽으라고 해서...
막 펼쳐진 부분을 읽었는데 낭독 후 이병국 작가 왈, "이번 행사 준비하면서 <무명의 일> 부분이랑 <나무들> 부분이랑 어느 걸로 할까 고민하다가 전자를 택했어요. 그런데 후자를 읽어주셨네요. 뭔가 통한 느낌이에요."
 
 
여전히 혼자인 여자는 일인용 장을 보고 일인용 요리를 하고 일인용 식탁에서 식사한다. 혼술을 하고, 혼영을 가고, 홀로 산책한다. 그리고 혼잣말이 늘었다. (덜 사랑한 것, 더 잘해 주지 못한 것, 키스조차 자주 허락하지 않은 것, 덜 보듬어 준 것, 아이처럼 대한 것, 많이 웃어 주지 못한 것, 사랑하지 말라고 다그친 것, 금방 잊게 될 거라고 말한 것,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충고한 것...... 내가 살아 있어, 죽은 네게 미안하다.)
은행나무 아래서 소리를 기다린다. 그 애의 말, 숨, 호흡, 웃음소리. 여은 누나라고 부르던 그 애의 목소리.
호이유......
그래, 나 여기 있었어.-<나무들> 107~108쪽.
 
 
 

 


*부평구문화재단에서 소설 공부 함께 한 김OO 선생님이 꽃다발을 들고 참석하셨다.
회사가 근처여서 들렀다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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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_재은

1인문화예술공간(운영자 이재은) 글쓰기및소설강좌문의 dimfgog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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