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시나요
한숨 많은 성격입니다.
낮이나 밤이나 침대에 누우면 오늘이 아닌 내일을 걱정합니다.
소설 뭐 쓰지?
이름 뭘로 하지?
무슨 사건을 넣지?
뭐 먹고 살지?
뭐해서 돈 벌지?
빚은 어떻게 갚지?
2018년에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시행하는 <예술인 파견사업>을 했었는데 돈은 좀 벌었지만 별로 즐겁지가 않더라고요. 힘들지만 강의는 '내 것'이 되니 그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죠. 자괴감도 들고 이런저런 이유로 지난해에는 신청 안 했다가(강의 자리는 뭐, 만날 있나요? 그것도 어렵죠) 올해 다시 신청했는데...
지난 수요일에 협업사업 1차 서류 합격자 발표가 났습니다.
예술인 1,978명이 지원했다고 하네요. 그중 300여명이 1차를 통과했대요.
서류심의 총평을 읽어봤어요.
"이러한 높은 경쟁률은 심의위원들 사이에서도 바람직한 현상으로 여겨지지는 않았습니다."
"리더, 참여예술인, 기관을 별도로 선정하는 협업사업의 현주소는 치열한 경쟁률로 대표되고, 그에 따른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고립되고 배제된 개인의 사회적 외출을 지원하는 성격이 강한 것이 본 사업의 특징이라..."
"연극과 미술 쪽이 가장 많은 지원자가 몰렸으며, 음악과 영화 분야 예술인도 많은 인원이 지원하였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심의하기 까다로울 정도로 비슷비슷한 내용과 서술이 공허하게 반복되었다는 것입니다."
"대부분 길게 썼지만, 자신만의 재해석이 있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개론 수준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밀도를 가진 언어로 기술하고 피드백하는 사례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이 심의과정에서 발견되는 특이사항입니다."
"예술가는 두 가지 언어를 가져야 한다. 하나는 예술의 언어이고, 또 하나는 행정의 언어이다."
"경제적 공포 단계에 처해 있으면서 그 공포에 대응하는 예술의 사회적 실행 내지는 협업에 대한 상상력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예술인의 자기존립을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것에 십분 공감하며..."
기분이 정말 이상했습니다.
예술과 복지, 자기존립, 생계...
예술가는 두 가지 언어를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는데요, 그렇구나, 먹고 살려면 그럴 수밖에 없는 거구나, 가슴이 찌릿찌릿하면서 쿵쾅쿵쾅하면서 이 사회에서는 그럴 수밖에... 고개를 주억거렸어요.
지원할 때 나는 뭐라고 썼나 봤더니...
"파견사업을 신청하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다."
"‘재미있는 작업’을 해보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이 컸다. 흔히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나는 인생이 긴 것 같다. 매일 문학과 글쓰기만 생각하기엔 하루가 너무 길다. 다른 생각도 하고 싶다. 이를 테면 성, 여행, 게임, 역사, 부수기, 도망가기 같은 것. 나는 삐딱한 것도 좋아하고, 삐져나온 것도 좋아한다."
"규모가 작은 곳에서 변화가 확실한 일을 해보고 싶다. 구체적인 장소가 떠오르지도, 실제적인 작업을 언급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지만 손으로 찢고 만지고 붙이는 작업이 포함된 소소한 일이면 좋겠다."
어쨌든 다음 주에 인터뷰 심사하러 갑니다.
코로나19 관련,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됐다고 4명씩 대면 그룹 면접 본다네요.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파견사업 #경쟁률실화니? #인터뷰심사벌써부터떨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