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일상/여행과생활

10월 22일 오늘의 토지

이_재은 2017. 10. 22. 18:09

​산책을 갔다. 스스슥 스스슥 하루 종일 가을바람이 불었는데 나가 보니 풍경이 좀 쓸쓸했다. 스산했다고 할까. 꽃잎은 시들고 푸름은 변색됐다.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넣고 걸었다. 9월 말에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10월엔 늘 혼자 산책했다. 그들이 떠날 때도 조금 더웠는데 이젠 완연한 가을이었다. 그들과 함께 했던 산책이 생각났다. 햇살이 강했거나 어두운 밤에 플래시를 켜고 걸었었는데. 이유 언니 미옥 언니 남숙이 잘 지내고 있을까. 이따금 토지를 그리워할까. 혼자 남은 내 생각을 할까.


이유 언니가 특히 좋아했던 매지리의 옥수수.


이 앞에서 아주 크고 긴 뱀을 보고 기겁해서 돌아온 적도 있었다.


산새의 깊이가 느껴지는 걸 보니 가을은 가을.


오늘 나리는 조금 외로웠는지 내가 가는 방향으로 몸을 틀고 나를 계속 바라봤다.
"안녕 또 올게. 안녕"


임도 초입. 잠깐 머물러 앉는 곳.


장작 타는 냄새가 참 좋았다.


들깨 터는 사람들이 내가 지나가는 동안 자기들끼리 한 마디씩 했다.
"모르는 사람들은 매지리에서 살고 싶다고 할 거야."
"일주일만 살아보라그래. 내가 하는 일 해보라그래. 다 안 산다고 할걸."
관찰은 만만하다. 그 안으로 들어가면, 자기세계, 자기생활에 빠지면 즐거움보다는 고통이 클 수밖에 없다. 토지가, 원주가 좋은 이유는 이 시간과 장소가 돈보다 오롯이 문학(소설)을 생각하는 기회를 주기 때문.



굴뚝이 있었구나. 정겨운 시골 풍경.


9월 초, 반딧불이 따라 한참을 머물렀던 곳인데... 달빛도 참 밝았지.


싱싱했던 맨드라미가...


저편. 불빛이 남아 있는 거기. 떠날 날이 얼마남지 않아선지 벌써부터 그리워진다. 어제부터 괜시리 토지사람들과 밥 먹으러 나가고 싶기도 했고..(점심에 전화왔었는데 막 식사 마친 참이라 따라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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