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은 파랑새, 미운 오리 새끼, 인어공주로 알려진 작가다. 1805년에 태어나 1875년까지 살았다. '그림자'는 심부름을 보낸 그림자가 한참 뒤에 사람으로 나타나, 그림자의 주인에게 자신의 그림자가 되라고 요청하는 플롯으로 진행된다. 인간 세상에서 부와 명예를 쌓은 그림자는 자신의 주인이었던 철학자에게 자신이 모든 경비를 댈 테니 여행을 떠나자고 한다. 여행지에서 철학자의 도움으로 공주와의 결혼에 성공한 그림자는 주인이 필요없다고 생각해 철학자를 사형시킨다.
그림자는 누구인가. 무의식의 의식화. 인간의 뒷면. 또 다른 자아. 우리가 평소 잘 돌보지 않고, 없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나의 부분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그림자는 '시'로 가득한 방에서 본디 자신이 인간임을 알았다고 말하는데 문학을 바라보는 안데르센의 경외와 인정이 담긴 것 같아서 흥미로웠다. 문학주의자의 면모를 엿본 것 같았달까.
러시아 작가 고골의 '코'는 자고 일어났더니 코가 사라진 8등관 관료 이야기다. 코발료프는 자신의 코가 5등관의 모습을 하고 돌아다니는 걸 목격하는데 허세, 욕심, 자존심 등을 작가가 코에 투영시킨 것 아닌가 싶다. 코와 관련된 속담(관용구)을 찾아보니 -내 코가 석자 -손 안대고 코 풀기 -안 되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 -눈 감으면 코부터 베이는 세상 -콧방귀끼다 -욕심부리면 큰 코 다친다 등이 있었는데 이 소설에서는 "네 코를 납작하게 했다"는 표현이 나온다. 특이한 점은 코가 사라진 코발료프가 아닌 이발사의 집에서 이야기가 시작한다는 것. 아침에 빵을 먹으려고 보니 그 안에 코가 있고, 이발사는 단번에 코발료프의 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 이발사는 다리에서 코를 집어던지다가 경찰에게 걸려 옥고를 치르는데 경찰이 코발료프에게 코를 돌려준 뒤 그의 집에 가서 수염을 깎아주면서 소설은 끝이 난다. 이발사의 등장에 대해 의문을 가졌는데 나는 서민의 등장으로 리얼리티를 부여했다는 데 한 표를 던졌지만 수강생 중 누군가는 "걍 맥거핀 아니에요?"라고...
어젠 안개비가 왔고, 한 명은 면접 준비로, 한 명은 자녀 학교 문제로, 한 명은 침묵으로, 한 명은 "오늘 도망갑니다"라는 문자를 날린 뒤 참석하지 않으셨다. 덕분에(?) 얼른 토론 마치고 글쓰기 방법, 문학 이야기로 편한 시간 보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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