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2기_사물에 속성 부여하기

1인문화예술공간(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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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피아노가 불어터져 있다(조율이 안 된 피아노. 맞지 않는 음. 장마철 피아노. 습기를 잔뜩 머금은... 피아노 연주자가 삐쳤다. 화가 났다)

2. 만년필이 얼어 붙는다(글이 안 써질 때. 방이 너무 춥다. 갑작스럽게 놀란 일을 겪거나 들었을 때

3. 보자기가 흐느낀다(보자기는 어떤 것을 감싸는 용도로 쓰는데, 그래서 흐느끼는 감정을 덮어줄 것 같다. 집을 떠나기위해 보자기로 뭔가를 싸는데 내 마음을 대변하는 듯...

4. 연필이 눕는다(연필이 누워서 달려갈 것 같아. 글을 쓰려고 하는데 졸려서 쓰러지면서 연필이 눕는다. 무겁게 누워버리는..글이 안 써질 때

5. 휴대폰이 쌓인다(띵똥띵똥 문자가 자꾸 쌓인다, 휴대폰으로 향하는 눈길이 쌓이고

6. 노트북이 불어터져있다(키보드도 하나 망가지고, 속도도 느리고, 꼭 물에 젖은 듯,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7. 도로가 눕는다(도로는 진짜 늘 누워있는 것 같아

8. 전구가 흐느낀다(너무 뜨거워요, 묘한 진동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내 마음이 슬퍼서 전구도 흐느끼는 것 같다

9. 벽이 쌓인다(내 눈앞에 자꾸 뭔가 쌓이는 느낌, 그 사람하고 친해지고 싶은데 어떻게 하다보니 자꾸 벽이 쌓이면서 멀어지는 느낌,

10. 무릎담요가 기억한다(아주 많은 걸 기억하고 있을 듯, 그의 체온을 기억한다, 우리들의 대화, 그때의 감정도 기억하고)



1. 미소가 무겁다(억지미소, 썩소, 웃고 있는데 웃는 게 아니다, 애써 웃는다

2. 사랑이 눕는다(19금, 사랑은 보통 눕고싶어하지, 19금이 젤 좋네

3. 이빨이 쌓인다(치과의사 생각이 나서, 이빨은 비용이 장난 아니어서 스트레스가 쌓인다, 이빨 깐다... 얘기가 하도 많아서 이빨이 쌓인다,

4. 연민이 얼어붙어있다(연민이 느껴지고 있었는데 어떤 상황으로, 알고 보니 불쌍했던 그 놈이 양다리, 거지한테 적선했는데 알고보니 벤츠 끌고 다니더라

5. 포옹이 불어터져있다(가식, 정치적인 제스처, 포옹같지 않은 포옹, 보이기 위한

6. 고독이 토막 나 있다(고독이 길거리에 널려있어서, 어디서나, 붙어있는 것도 아니고 토막 나서, 고독이 엿처럼 찐득하게 붙어있어야 하는데 누군가가 고독을 깬다, 마음껏 고독해질 수 없는 상황, 건조해서 힘든 고독, 내 마음이 토막 나 있는 것 같은 고독

7. 눈 흘김이 흐느낀다(그가 내가 밉다 하면서 눈을 흘기지만 사실은 흐느끼고 있다, 엄마가 못된 년하고 쳐다봤는데 사실은 울고 있다

8. 밝음이 흐른다(밝음이 과잉될 때, 밝은 빛이 어느 한쪽에서 흐르며 궤적을 만들 때,

9. 어둠이 촉박하다(저녁이 다가오고, 어둠이 촉박해져서 아주 바쁜 상황, 뭔가를 해야하는데.. 일과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쫓기는 느낌

10. 배추가 느리다(속이 꽉 차지 못하고 덜 자란 배추, 자람이 늦은 배추, 김장 타이밍에 맞추지 못하고 느리게 자란 배추

11. 무가 빠르다(김장 타이밍이 못 맞추고 빨리 자란 무, 가늘고 긴 느낌

12. 친구가 가볍다(가벼운 성격, 어쩌면 친구는 가벼워야 하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간사스러운 데가 있어야 재미있지 너무 신중하면 재미가 없다

13. 배신을 사랑한다(너무 자주 마음이 변하고 믿을 수 없는 사람, 배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다<-어떤 면에서는 진리일 수 있다.시대반영

14. 미움이 붉다(미움이 뭉치고 뭉쳐 진해진 것, 밉다 못해 검붉게 변한, 진한 미움, 미움이 쌓이면가슴이무너져요

15. 고독이 엉망이다(때로는 고독하고 싶을 때도 있고,혼자 생각하고싶을 때도있는데 주변 여건이 고독할 수 없게 만듦

16. 도리깨가 서운하다(너무 가물어서 콩이 깎지밖에 없다, 수확물이 적어서 타작을 하고는 있지만 할 게 없는 상황

17. 대추나무가 고요하다(바람없는 고요, 스님염주 중 대추나무 뿌리로 남은 게 가장 있어보임, 벽조목(벼락맞은대추나무로만든 지팡이, 명주...귀신을 물리친다는 설이 있음, 왠지 스님이 생각남, 대추나무에 사랑이 걸려야 하는데 안 걸리고 고요한, 대추나무는 잎이 늦게 열림, 기다림의 미학, 겨울에 죽었을 거야 할 정도로... 뒤늦게 핌

18. 경운기가 적막하다(경운기 몰던 아버지가 돌아가심, 경운기 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들리지 않고 적막하다, 고장난, 기름 없는

19. 커피가 환하다(커피를 마시며 기분이 환해져요, 기분이 너무 좋아서 까만 커피조차도 환하게 보인다



1. 얼어붙은 흰 의자(아무도 오지 않아 혼자 얼어붙어있는,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 겨울밤 내내 꽁꽁 얼어붙은, 눈쌓인 의자, 밤새 떨고있을 의자

2. 적막한 싱크대(그릇이 있고 설거지도 쌓여있고해야하는데,사람이살지않은,이사간,그릇없이,바퀴벌레만있는...

3. 기억하는 칠판(낙서를 엄청 많이 하면 지워도 쓴 게 남아있다, 찍먹 부먹 뿌먹 빨먹(탕수육 먹는 방법), 웃고 떠들고 장난하던 모든 것들, 인터넷에서 떠돌던 사진인데 미국 개척시대에 선생님이 칠판에 노트필기한 사진을 찍은 사진-그때는 그냥 찍은 거겠지만 역사가 된 사진

4. 가벼운 달력(한 장밖에 안 남은, 약속을 가볍게 여기는,

5. 흐느끼는 셔터문(바람소리에 흐느끼는, 닫고 싶은데 원하는 사람이 오지 않아 닫을 수 없는, 장사가 망해서 마지막으로 문을 닫으며 마음이 무너지는, 폐업, 더는 어떻게 할 수 없어 문을 닫는 심정

6. 환한 식탁보(가족의 미소가 느껴지는, 엄마가 직접 만든 커튼, 식탁보, 가족이 모여 밥을 먹는

7. 무거운 미시오 스티커(문이 철문인가봐요, 밀고 나가거나 들어와야하는데 잘 안 되는, 마음이 무거운, 문이 빡빡한

8. 쌓인 커피 냄새(카페 가면 여러 사람이 오고간 뒤의

9. 서운한 커피잔(나만 놓고 가버린, 남은 커피를 혼자 마시는

10. 불어터진 라디오(주파수가 잘 맞지 않는, 찌직거리는

11. 껄끄러운 유리잔(금 간 유리잔, 마시기 껄끄러운, 유리잔에 담긴 것이 껄끄럽다, 뭔가 예전에 안 좋은 것이 담겼던 기억이 있어서 별로 먹고 싶지 않은, 뇌물로 받은 와인이 담긴 유리잔

12. 가벼운 벽(벽은 벽이지만 밀면 무너뜨릴 수 있는, 지켜지지 않는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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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_재은

1인문화예술공간(운영자 이재은) 글쓰기및소설강좌문의 dimfgog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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