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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쓰지 않은 지 한참 되었다. 오늘 누굴 만났고, 뭘 했고, 어떤 감정이 두드러졌고 등등을 짧게 메모했었다. 무슨 소용이냐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다 보니 특별하다고 생각한 날도 기록 없이 그냥 지나가버렸다. 문득, 일기를 쓰고 싶었다. 어젯밤, 술을 마시면서였는데, 그 술이 아직도 몸에 남아있다. 속이 쓰리다.
사진책 만들기 강좌. 10차시 중 2차시가 끝났다. 견디다보면 10주도 금방 지나가겠지. 4명이 수강했다는데 한 분은 첫날부터 오시지 않았다. 그날은 중요한 일이 있어서 빠지는 거라고, 다음부터 나오겠다고 했다는데 어제도 안 오셨다. 남자 둘, 여자 하나. 인천에 사는 분은 한 명도 없다. 멀리 강서구 둔촌동, 강남구 개포동, 안양에서 오신다. 대단하다.
손바닥 사진책 강좌를 할 때와는 분위기도, 진행도 다르다. 장소를 말하는 게 아니다. 여긴 너무 낯설다. 한 공간에 부관장님이 같이 계시고, 포토에세이를 2권 내신 분이니 자연스럽게 수업에 합류하게 된다. 나도 적극적으로 조언을 구한다. 수업이 끝나자 내가 아니라 그를 찾아가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 수강생이 보인다. 예전 같았으면 자존심 상해했을 것이다. 지금은 아니다. 욕심을 버려야 한다. 내가 최고일 리는 없다. 애초에 이 수업도, 글쓰기와 사진, 출판 분야를 나눠서 진행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전문적이 됐을 텐데. 이번에는 연습 삼아 했다고 치고, 다음 기회에. 그러려면 강사비 문제가 있어 수강료도 올라야 할 텐데 거기까지는 아직. 모든 수업에 너무 애를 쓰고 있다. 그래서 지친다. 내 자신에게 자신감이 없어서일까. 너무 잘하려고 애를 쓰는 걸까. 조금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서툴자는 게 아니라.
중학교 수업도 마음을 비워야겠다. 몰아쳐서 내가 얻는 것은 무엇인가. 경계를 모르는 아이들에게 선 밖에서 열심히 소리칠 필요 없다. 두 곳 중 한곳에서는 담당교사까지 앵앵대니 마음 쓰던 내가 엄청 가여워졌다. 불쌍하게 보이면 안 된다. 없어 보이면 안 된다. 당당해지자.
사진공간배다리에서 3기까지 했던 손바닥사진책 강좌가 개강하지 못했다. 이번 학기부터 '준비반'과 '실전반'으로 나눠서 수업하려고 했는데. 차라리 잘됐다. 그래서 방향을 틀기로 했다. 일단 기존 저자들 작품을 전자책화하기. 우연찮게 의논드릴 분이 생겨 어제 만났다. 덕분에 많은 걸 알게 되었다. 손바닥 사진책의 전자책화에 대한 반응도 좋다. 앞으로의 수업 방향에 대해 아이디어도 얻었다.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차근차근 생각해봐야겠다. '상업용'으로 판매하는 것에 대해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점이 이상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정확하게 짚으셨다. 염두에 두지 않은 게 맞다. 무조건 다르게 하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이제 마음이 달라졌다. 알리고 싶다. 알려지고 싶다.
인천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 '자율학습' 지원했었다. 1차 서류, 2차 인터뷰 심사 후 합격. 제목은 '학교 밖 카드교육'이다. 학습모임 성격으로 공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원자에게 돈이 나오고 그러는 건 아니다. 특강비, 자문비는 쓸 수 있다. 책도 구매가능한데 사업 종류 후 돌려줘야한다. 그래도 직접 사서 손으로 만져보고 반납하게 되어 기쁘다. 밥값도 나온다. 일주일에 두 번 공부하기로 했다. 우리집에서 하면 될 것 같다. 논문 주제랑도 연결되니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겠지. 바쁘겠지만 열심히 해야겠다.
인천in에 새 연재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부담이 좀 된다. 인터뷰 대상자를 내가 발굴해야 하기 때문에. 첫 회는 인터뷰 해놓고도 정리하는 게, 그러니까 시작하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였는데 어제 테이프를 끊었다. 주변 반응은 전혀 없지만 내 판단은 나쁘지 않았다. 그런 문체로 해나가면 될 것 같다. 낱개로는 별 의미 없을지 몰라도 묶어내면 괜찮겠지. 책 쓴다고 생각하고(전자책으로 내면 되지 않을까?), 그걸 누가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차곡차곡 쌓으면 될 것 같다. 못해도 누가 돌 던지는 거 아니니까 편하게. 제발 좀 가볍게. 그나저나 다음 타자는 누구로 하지... 미용실은 임팩트가 없다. 4회까지는 독특한 인물로 하고 싶은데...
8월까지 보내야 했던 소설을 며칠 전에 겨우 보냈다. 73매. 시간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저기 헤매다가 시간을 많이 들이지 못했다. 방학 때는 뭐 했는지... 합평받을 때 찜찜했는데 역시나 지적을 많이 받았다. 고칠 시간도 부족해(집중할 시간) 틈틈이 매만졌는데 다행히 이유 언니가 잘 고쳤다고 말해주었다. 처음보다 낫다는 뜻이었겠지만 그래도 한시름 덜고 송부할 수 있었다. '존과 앤'보다 낫다는데 그럼 그건 얼마나 별로였다는 거야? 어젯밤에 통장에 한국소설 원고료 들어온 게 확인되었다. 생각한 만큼, 딱 그 정도의 액수였다. 정말 너무 적은 액수... 그거라도 줘서 다행인가. 왜 나는 이것밖에 받지 못하는 글을 쓰고 있지? 오만 생각이 교차... 술김에 미영이에게 11월에 여행가자고 문자를 보냈다. 긍정적. 회사에 휴가도 쓸 수 있다는 답변. 오사카1일, 교토2일을 생각하고 있다. 대신 준비 좀 해주면 좋겠는데... 너무 바쁘다. 논문도 시작 안 하고 여행 갈 생각을 하다니 진짜 미친 게 틀림없다.
어제 '냉장고를 부탁해'에 임창정이 나왔다. 셰프들을 보면서 감탄하며 내뱉은 말. "아... 프로들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프로! 프로!라는 말이 가슴을 쳤다...쿵, 심장이 떨렸다. 나도 프로가 되고 싶다. 프로, 멋진 말이다.
내가 오해했다. 정말 미쳤었나보다. 짧은 희열. 들뜸. 마음이 허하다. 쓸쓸하다. 정말 내가 미쳤었나보다.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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