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읽기모임7_백민석과 이기호 단편들

1인문화예술공간(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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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모임이었다.

미리 뒤풀이를 예고했고.


전화가 한 통, 문자가 한 통. 못 온다고.

그와중에 연락 없이 안 온 사람 한 명.

무릇 인간은 인간적이어야 한다. 나는 좀 흥분했지만, 감정은 어제로 끝. 뒤풀이가 좋았으므로. 모임도 좋았다는 평이 오고갔으므로. 나 역시 아쉬웠으므로. 그거면 됐다는 생각.




백민석 '혀끝의 남자'

-동양남자 캐릭터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소설에 나온 모든 인물이 그랬다. 맥락 없이 나오고 들어갔다. 에피소드도 보여주기로 일관한다는 생각. 영화 <해피투게더>가 생각났다. 뭔말이지...?했는데 감독이 '탱고를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해서 깜놀. 풍경만 툭툭. 그게 전부.

-결국 우리 안에 신이 있다는 얘기? 사람이 신이라는 얘기?

-그래도 그걸 이런 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건 대단하다. 역시 백민석.

-백민석이 썼으니 인도 이야기도 이 정도. 대개의 장르에서 인도를 말하는 신비주의 텍스특 불편했는데 그래도 이 글은 좋았다. 2013년 발표됐을 때 울컥했고, 뭔가로 맞은 듯한 느낌으로 흥분해서 여기저기 추천했는데 지금은 잘 기억이 안 난다(미안, 다시 읽어오지 못했다)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인데 메타소설과는 다르고, 여행에세이와 소설의 중간장르를 실험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실험이라면 인정. 그러나 기존 소설 문법과 비교하면 구조도 평범하고 이야기도 지루하다.

-인도 이야기도 새롭지 않고 너무 빤하고 그저 수미쌍관을 이룬 이야기 정도?

-어떤 인물도 제대로 보여주지 않은 것 같다. 그러니까 주인공 남자에 대해서도. 감정적 서술을 배제하고 툭툭 넘어가는데 그게 과연 옳은 일인가? 소설은 그런 디테일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서 삶의 단면, 세계의 한 부분을 독자에게 드러내는 것 아닌가?

-자기가 한 일을 전달하면서 했다고 했다, 식으로 표현하는 것도 그렇고, 소제목 다음에 나오는 내용의 덩어리도 그렇고 퇴고가 제대로 안 된 것 같은, 어설픔이 느껴졌다,



이기호 '한정희와 나'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과 함께 읽으면 더욱 재미있다. 한 패처럼 구조가 비슷.

-더하고 뺄 것 없이 한 편의 괜찮은 이야기,

-진실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가 잘못 본 건지 아니면 바로 본 건지를 감추고 있다. 사실과 진실이라고 믿는 것에도 빈틈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데 소설이 바로 이런 거였지, 소설의 극대치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서 좋았다,

-여백을 통해 독자에게 생각하게 만든다,

-독자입장에서 굉장히 안심이 됐다. 다 읽어서 안심된 것 하나와 아련한 느낌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요소 하나. 명확하게 다 보여주고도 독자에게 여지를 남기고 그래서 되짚어보게 된다. 뭔가를 유심히 들여다보는 나를 발견했다.

-현실과 가깝게 마주하고 있는 소설이다.

-작가소설의 장점을 잘 살린 작품 같다. 대개의 작가소설은 작가의 시선으로 대놓고 징징대는데 희화화, 자기모멸을 글쟁이+생활인을 결합시켜서 보여준다. 피식 웃게 된다.

-짜임새가 탄탄.

-초등학교 6학년 여자아이의 생활을 디테일하게 묘사한 것도 좋았다(정말로 이런 애를 알고 있는 거 아냐?)

-관계를 통한 자기고백 기법. 제3자(상대인물)를 자세히 설명하면서 자기 안에 빠지는 걸 경계한다. 나뿐만 아니라 '사람'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 그런 점에서 고유명사를 내세운 제목짓기는 성공한 듯 보인다.


이기호 '오래전 김숙희는'

-문학사상 2016년 11월호(2017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실린 '나를 혐오하게 될 박창수에게'와 한 패. 이렇게 연결해서 읽는 거 재미있다.

-TV광고에 나오는 듯한 가정을 지키고 싶었던 남자가 공범인지 아닌지를 아슬아슬하게 붙잡으면서 긴장감을 유지한다.

-단편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데(읽고나서 기억에 남는 게 없다) 읽었던 것 중 세게 뇌리에 박힌 게 천운영의 '멍게 뒷맛'이다.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이 있었다. 머리의 충격이 가슴으로 들어가게 하는 느낌? 이기호의 소설들이 바로 그런 느낌이었다. 우리가 타인을 이해한다고 말할 때도 자기의 범위,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고서는 이해한다고 말하고 다 안다고 얘기한다. 선의의 관계망 속에 있는 나의 이기심을 돌아보게 만들었던 소설이었다.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서의 남루함. 상대가 어떤 선을 넘어가면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내가 베푼 그것이 과연 선이고 환대인가... '한정희'에게 베풀었던 선도 나를 세우는 도구의 일부가 아니었을까.

-<올리브 키터리지>라는 소설이 있다. 장편인데 올리브 키터리지라는 여자아이가 주인공이다. 스물 몇 편의 짧은 이야기로 연결돼 있는데 여자애가 자기 이야기도 하고 주변 사람, 마을 사람들 이야기를 하면서 인간군상을 보여준다. 이기호의 작품을 한 권으로 엮는다면 이것과 비슷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

동인천식당에서 민물새우탕 먹고 오징어볶음 먹고 자반고등어구이 먹고. 소맥 마시고 소주 마시고. 바람 딱 좋았고 손님은 우리 넷뿐. 2차로 맥주 한 잔. 대리 불러서 만수동->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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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_재은

1인문화예술공간(운영자 이재은) 글쓰기및소설강좌문의 dimfgog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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