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를 하면 무엇이 좋은가(2024년 문학 필사를 준비하며)

1인문화예술공간(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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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자고 하는 일보다 잘 되자고 하는 일이 많은 것 같다.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서가 아니라 작가가 '되고' 싶어서 소설을 쓴다…거나
가르치는 게 좋아서가 아니라 선생님이 '되어' 돈을 벌기 위해 학생들 앞에 선다…처럼.(진실과 거짓)
#필사를 홍보하고 태그를 입력할 때 #미라클모닝 #필사습관 #글쓰기 #소설필사 #시필사 #소설창작 #책쓰기 등등의 단어를 덧붙였지만
사실 내 마음 속 키워드는 #함께 하는 즐거움 #외롭지 않아요 #문학으로 행복을
...인 것 같다. 
내가 필사 프로그램 참여자로 들어갔을 때는 눈 뜨면 단톡방에 글이 하나 올라와있는 게 좋았다. 
그게 내 마음에 쏙 드는 것이든 아니든 
불특정 다수와 '글'로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참여자들이 자기 손으로 직접 쓴 글을 아무 때고 올려서 내게 파문을 주는 게 흥미로웠다.
거슬리지 않았고,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가끔씩 참여자들이 오타를 지적하거나 질문할 때가 있었는데 진행자가 거기에 대답하지 않는 걸 보면서 '이 사람, 꼼꼼히 보지 않네...'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나도 필사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겠다 싶어(솔직히는... 내가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2021년 3월, 첫 필사를 개강했을 때의 다짐은 '친절하자'.ㅎㅎㅎ
혼잣말처럼 남긴 글에는 일일이 답변하지 못했지만 필사 진행에 관련한 것이나 분명 나에게 질문한 것이라면 하나도 빼놓지 않고 반응했다. 기수마다 다른 참여자들이 모이니 어떤 때는 활발하게 대화가 오가고, 어떤 때는 필사 인증 위주로 돌아가는데 나도 분위기에 맞춰 명랑하게, 혹은 고요하게 지켜봤던 것 같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참여비는 동일하게 5만원이었지만 방식은 조금씩 달라졌는데
처음에는 30일을 꽉 채워서 했고
다음 해에는 5주 정도를 했고(25일차)
지난해 하반기에는 매월 1일에 개강해 말일에 끝내는 걸로 바꿨다.
어느 달은 짧아서 20일, 어느 달은 길어서 23일 그렇게 마무리됐다.
인원이 들쑥날쑥 했지만 초기 2년간은 그래도 평균 6-7명은 함께 하는 분이 계셔서 힘이 됐는데 지난해 상반기에는 몇 달 간 신청자가 평균 3명.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 그만두고 싶을 때 잡아준 사람이 있었고, 그분이 한해 내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응원해준 것이 엄청 힘이 되었다. 매일 파란색 만년필로 원고지에 글을 써 올리셨고 나는 그 필체가 좋아 필사 홍보할 때나 후기 남길 때 캡처해서 사용하곤 했다(허락 받음). 
그분이 하신 말씀 중 "어머니에게도 소개하고 싶지만 사는 일이 바쁜 걸 알기에... 필사는 치매 예방에도 좋을 것 같다"는 소감이 있는데 종종 생각난다. 치매 예방... 어르신들이 많이 참여해 무료한 일상에 힘이 되면 좋겠는데 대체 어떻게 홍보해야 할지 모르겠다... (청년, 중년, 중장년에게도 어떻게 필사가 좋다는 걸 알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ㅋㅋㅋ)
그동안 정말 다양한 분들이 필사 프로그램에 다녀가셨고 초창기에는 외국 분들이 조금 있었다.
대만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분,
중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사시는 분 등.
미국에서 참여하는 분도 있었고
일본에서 신청하신 분도 있었다.
그분들도 정말 꾸준히 하셨더랬는데 해가 바뀌면서 하나둘 안녕.
 
어느 때부턴가 한 번 하고 마는 게 아닌 몇 달, 혹은 몇 년 계속 하는 분이 늘어서
작년 12월에도 기존 참여자가 100%였고
올해 1,2월로 진행되는 문학 필사 20기 신청자도(24.1.5 기준) 모두 했던 분들이다.
그리고 그 중 80%는 오프라인에서 나의 소설 강의를 들었던 분들이어서 
블로그에 필사 홍보 글을 올리는 게 별로 효과가 없다는 것을 실감...
아무리 이 공간에 떠들어봤자 "필사 해보세요. 글쓰기를 향상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듣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이다...ㅎㅎㅎ
그간 아주 많은 사람들이 제발 인스타를 하라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계정만 만들어놓고 번번이 포기. 정이 안 간다고 할까. 인스타의 보여주기가 부담스럽다고 할까. 
내가 올드한 걸까. 보수적인 걸까. 
블로그랑 엽서시에 홍보하는 게 전부다.
검색하다 우연히 본 분도 있을 거고, 엽서시에서 목격한 분도 있을 거고.(엽서시는 문학공모전 홍보 사이트라서 그쪽에 관심 있는 분만이 알 수 있어 제한적인 면이 있다)
 
올해 필사를 조금 홍보해 보자면,
그동안 좋은 글, 공부가 될 만한 글, 다양한 글을 소개하려고 애썼다면
올해는 주제를 정해 그 주제와 관련된 글을 모아보는 시간을 갖기로 결정했다.
사랑과 이별에 관한 글, 글쓰기에 관한 글, 노동과 꿈에 관한 글, 늙음과 죽음에 관한 글... 등등.
2021년부터 2023년까지 19차례 진행했던 문학 필사의 완성판으로
기존에 소개했던 글이 많이 포함된다. 
사실 지난해 한 출판사와 필사노트를 준비했었는데 잘 안 됐다. 내 글이 별로였던 걸로...
주제별 필사는 그때 기획했던 테마이기도 하다. 올해 천천히 돌려보고 가볍게 권할 수 있는 단행본 출간까지 이어지면 너무 좋을 것 같다.
 
필사를 하면 무엇이 좋은가...
책쓰기에도, 글쓰기에도, 교양 쌓기에도, 무료함 달래기에도, 필체 연습에도 좋겠지만
두 말 필요없지. 역시 문학과 함께 ,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즐거움이 아닐까.
오롯이 혼자여야 하는 글쓰기는 얼마나 외롭나. 독서도 혼자, 구상도 혼자, 집필도 혼자. 
집에 있는 책 아무거나 집어 들어 눈에 띄는 부분을 혼자 써봐도 좋겠지만 
'방'에 모여서 도란도란 더불어 있고
방해받지 않지만 조금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나만 해도 오전 7시에 알람 맞춰놓고 매번 깨어나 필사 올리는 게 결코 쉽지 않지만(귀찮...)
필사가 종료되고 단톡방에 아무것도 올라오지 않을 때면 급 심심, 무척 외로워진다...
사람의 온기라고 말하면 너무 과장일까.
 
어쨌든 올해도 해보자. 가보자. 힘내자!
 
*2024년 필사 프로그램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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