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참여자 30명이 되는 그날까지(문학필사 15기 진행 중)

1인문화예술공간(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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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진행 3년째. 기수로는 15기지만 한번더!’ 프로그램까지 2020년부터 얼추 20회는 돌린 것 같다. 첫해의 흥분과 기대, 실망도 조금씩 무뎌지고 요즘은 그냥 덤덤하게(?), 하지만 제법 큰 애정을 가지고 이끌고 있다.

 

정성 들여 음식을 만든 뒤 손님을 기다리는 여느 자영업자 못지않게 문학 필사 프로그램에 애착이 많다. 기관의 의뢰를 받아야 할 수 있는 글쓰기 강좌와 달리 문학 필사는 순전히 내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문을 열고, 재료 준비하고, 요리하고, 홍보하고, 손님 받고, 설거지까지.

 

필사문을 발췌하고, 타이핑으로 옮겨 적고, 문장에 대한 짧은 생각을 달고, 타이핑한 걸 노트에 손으로 옮겨 적고, 포스터 만들고, 홍보하고, 신청받고, 단톡방 만들고, 매일 아침 7시에 글을 올리고, 때때마다 인사를 남기고, 질문에 답글을 달고, 수료증을 만들고, 후기를 쓰고.

 

손님이 많으면 수익도 늘어난다.

 

참여자가 기대 이상이면 그만큼 벌어서 좋고, 아니면 덜 벌면 그만이라고 여기면 좋은데 마음이 그렇지 않고, 참여자가 많으면 으쌰으쌰(앗쌰!) 적으면 괜히 주눅이 든다.(씨이...)

 

이 프로그램이 별론가.’

해보면 필사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 텐데.’

글 쓰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다는데 왜 글쓰기 공부는 안 하지?’

글을 곧잘 쓰는 사람도 명상하듯 하루 한 번 문학에 몰입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다른 데서 하는 필사랑 비교해봐. 퀄리티도 가격도 얼마나 다른데. 마음만만 연구소의 문학 필사야말로 독보적이고, 가성비 갑이라구!!’

 

하다 하다

나는 사랑받지 못하는구나.’

나란 사람이 그렇게 별론가...’까지 옮겨간 적도 있다.(?)

 

한 기수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에너지가 어마어마한데 신청자는 고작 두세 명?

의기소침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위기의 3년차. 올해가 최악. 2월 이후 몇 달간 정말이지 신청자가 두셋밖에 없어서 이제 그만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sns에 홍보 포스터를 올리면서 단 한 명뿐일지라도!”라고 남겼더니 그걸 본 의사 선생님한테 카톡이 왔다.

 

그 문장 지워요.”

? 왜요?”

이번 주에 병원 폐업하니까 얼른 치료받으러 오세요, 하면 환자들이 오겠어요? 환자가 없어도 많은 척을 해야지, 그런 글을 올리면 어떡해요?”

…….”

 

, 지웠다.

 

여기서 말하는 의사 쌤은 올해부터 필사반 골수 참여자가 되신 분. 예전에 내가 진행하는 소설창작워크숍에도 참여했던 쌤인데 작년까지는 바빠서 다른 걸 할 엄두를 내지 못했고, 올해 조금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해지기 전 필사 인증을 하는데 여기서 잠깐! 그분 글씨체 소개. 너무 귀여움.♥

 

필사하려고 만년필도 새로 사셨다고 한다.

 

필사가 더할 나위 없이 좋다면서(치매 예방으로도 좋을 것 같다며 나보고 주변 어르신에게도 추천하라고 하는데, 어르신 여러분 어디 계신가요.) 한 달에 30명을 목표로 꾸준히 하라고 지지해주신다. 몰랐던 소설, 몰랐던 작가를 아는 것도 좋고, 필사에 덧붙여진 작가 코멘트로 문장 공부를 하는 것도 좋고, 금요일에 시를 감상하는 것도 좋고, 무엇보다 매일 조금씩 문학을 접할 수 있어서 좋다고.

 

? 한 달 참여자 30명이요?’

 

,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ㅎㅎ

 

매달 다음 달에 해, 말어?’ 고민하는 게 한심스러워서 7월부터 12월까지 매달 성실하게 개강하기로 마음먹고 포스터에 땅땅땅 찍어 블로그에 올렸다. 그러곤 미친 듯이 프로그램 제작 중.

 

마음을 내려놓아서 그런지 7월에 2, 8월에 2‘new face’가 들어와 기뻤던 건 안 비밀.^^(1월 이후 정말 오래간만에!!)

 

이걸 하면서 행복한 일 또 하나.

일 년에 두어 번씩 신청하고 한 달 즐겁게 필사하는 분을 만나는 것,

일 년 전에 했다가 일 년 뒤 똑똑, 하고 재참여하는 분을 만나는 것.

본인이 해보니 좋다며 주변 사람에게 추천해주는 분을 만나는 것.

 

물론!

꾸준히 함께 하는 분이 가장 귀하고 감사하긴 합니다.ㅋㅋㅋ

 

단골 손님, 사랑해요.

문학 필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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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_재은

1인문화예술공간(운영자 이재은) 글쓰기및소설강좌문의 dimfgog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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